[100세건강] "노안인가, 왜 휘어 보이지"…알고 보니 '황반변성'
한쪽 눈씩 가리고 직선 확인…이상 보이면 안과 검진 필요
치료 시기 놓치면 시력 회복 어려워…꾸준한 관리도 중요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64세 A씨는 어느 순간부터 눈앞의 사물이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똑바로 있어야 할 것들이 자꾸 휘어 보였다. 눈을 비비면 괜찮아질까 싶어 몇 번이고 눈을 비벼보고 눈을 오래 감았다 뜨기도 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이가 들어 시력이 떨어졌나 보다' 생각해 안경도 잘 챙겨 썼지만 증상은 계속됐다. 결국 병원을 찾은 A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노안이 아닌 '황반변성'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시력이 떨어지면 단순히 '노안이 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을 넘어 직선이 휘어 보이거나 시야 중심이 어둡게 보인다면 황반변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황반변성은 치료 시기를 놓칠수록 시력 회복이 어려울 수 있어 평소 한쪽 눈씩 시야를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황반은 눈 안쪽 망막의 중심부로 사물의 형태와 색을 구분하고 세밀한 중심 시력을 담당한다. 황반에 노화 등으로 변화가 생기면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거나 직선이 휘어 보이고 시야 중심이 어둡거나 가려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색을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 황반변성과 습성 황반변성으로 나뉜다.
건성 황반변성은 나이 관련 황반변성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망막에 드루젠이라는 노폐물이 쌓이고 망막이 위축되는 형태로 초기에는 시력 저하가 크지 않거나 별다른 증상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황반의 기능이 떨어지고 중심부의 시력이 감소한다.
반면 습성 황반변성은 황반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는 형태다. 신생혈관은 매우 약해 출혈이나 부종을 일으키기 쉬워 황반을 빠르게 훼손하고 중심 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김래영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황반변성으로 한 번 손상된 망막 신경세포는 다시 회복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시력이 크게 떨어진 뒤에는 치료하더라도 충분한 시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황반변성은 양쪽 눈을 함께 사용하면 한쪽 눈의 시력 저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평소 한쪽 눈씩 번갈아 가며 시야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한쪽 눈을 손바닥으로 가린 뒤 다른 한쪽 눈으로 주변의 직선이나 타일의 선 등을 살펴보면 된다. 이때 직선이 물결치듯 휘어 보이거나 선의 일부가 끊겨 보이고 시야 가운데가 어둡게 보인다면 황반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안과에서는 세극등현미경검사와 산동을 통한 안저검사, 빛간섭단층촬영검사 등을 통해 황반 상태를 확인한다. 특히 빛간섭단층촬영검사를 통해 드루젠이나 맥락막 신생혈관, 망막 신경세포 손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황반변성은 노안과 혼동하기 쉽다.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가까운 곳의 작은 글씨를 보기 어려워지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황반변성은 가까운 곳뿐 아니라 먼 곳을 볼 때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직선이 휘어 보이고 중심이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김 교수는 "평소와 다른 시각 증상이 나타난다면 노안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안과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료 현장에서도 조금 더 일찍 병원을 찾았다면 예후가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되는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며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젊은 나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염증 질환이나 자외선 노출 등으로 황반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황반변성을 예방하려면 평소 고지혈증과 비만을 관리하고 금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외활동 시 선글라스 등을 착용해 자외선 노출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흡연은 혈중 항산화 인자를 떨어뜨려 망막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치료 시작했다면 임의로 중단하지 말아야
황반변성은 조기 발견뿐 아니라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치료 과정에서 불편함이나 부담을 느껴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 질환이 다시 악화할 수 있다.
황반변성은 상태에 따라 안구 내 주사 치료 등을 시행한다. 습성 황반변성의 경우 신생혈관의 발생에 관여하는 혈관내피성장인자를 억제해 출혈과 부종을 줄이고 시력 손실을 막는 방식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주사 간격을 결정해 지속해서 관리한다.
김 교수는 "황반변성은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주사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불편함이나 부담을 느껴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도 있다"며 "치료를 중단한 상태에서 질환이 다시 악화해 시력이 크게 떨어진 뒤 병원을 찾으면 이미 손상된 망막을 회복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를 시작했다면 의료진의 계획에 따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시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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