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진료기록을 직원이 '찰칵'…병원 개인정보 관리 '구멍'
응급실 환자 109명 정보 1년간 유출…정상 계정 통한 비정상 열람 탐지 허점
"'누가 봤나' 넘어 '왜 봤나' 확인해야…이상행위 모니터링·접근통제 강화 필요"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병원 직원이 업무상 접근할 수 있는 환자 진료 정보를 개인 휴대전화로 촬영해 외부에 제공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환자의 이름과 병력 등 민감한 의료정보가 내부 직원에 의해 유출되면서 병원 개인정보 보호 체계가 외부 해킹뿐 아니라 내부자의 비정상적인 정보 이용까지 막을 수 있도록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양대구리병원은 최근 내부 직원이 업무상 접근 가능한 환자 개인정보를 병원 전산시스템에서 개인 휴대전화로 촬영해 외부인에게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사건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년간 발생했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총 109명분이다. 이 가운데 105명은 성명·등록번호·성별·나이와 함께 응급실 내원일시, 진료과, 주소, 주호소, 현 병력 등이 포함됐다. 나머지 4명은 성명·등록번호·성별·나이 등이 유출됐다.
병원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유출 사실을 신고하고 피해 환자들에게 개별 안내를 진행했다. 해당 직원에 대해서는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관계기관의 조사와 수사에도 협조하고 있다.
한양대구리병원 관계자는 "개인의 일탈로 벌어진 사건"이라며 "유출된 정보를 어디에 쓴 것인지는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에는 약 1년간 100명 이상의 환자 정보에 접근하고 촬영하는 행위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내부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문제로 지목된다.
병원은 진료를 위해 의료진과 일부 직원에게 환자 정보 접근 권한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응급실은 환자 상태를 신속하게 파악해야 하는 만큼 필요한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업무상 접근 권한이 있는 직원이 진료와 무관한 환자정보까지 들여다보거나 열람한 정보를 별도로 촬영해 외부로 반출하는 경우다. 시스템상으로는 정상적인 계정으로 이뤄진 접근이어서 사전에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료진만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데 누가 열람했는지 기록은 남지만 개인적인 일탈로 정보를 띄워놓고 사진을 찍는다면 사실상 막을 방법은 없다"며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교육하면서 경각심을 일깨우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병원 전산시스템에는 누가 언제 환자 정보를 조회했는지 접속기록이 남는다. 그러나 기록이 남는 것과 그 접근이 정상적인 업무였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병원정보보안협회는 이번 사건의 문제로 △접근의 정상성 검증 부재 △상시 모니터링 부재 △기존 통제 우회 △인식·교육 한계를 꼽았다.
김진응 병원정보보안협회장은 "접속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는 내부자의 비정상적인 정보 이용을 막기 어렵다"며 "업무와 무관하거나 과도·반복적인 열람을 상시로 탐지하고 정상적인 계정에 의한 비정상적인 접근을 걸러낼 수 있는 관리·기술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정보 유출 방지 시스템이 휴대전화 촬영이라는 우회 경로를 막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병원들은 USB나 이메일 등을 통한 자료 반출을 차단하고 화면 캡처 등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환자 정보 유출을 막고 있다. 하지만 직원이 전산화면에 표시된 정보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하면 이런 통제를 피해 갈 수 있다.
전산시스템에는 정상적인 계정으로 환자 정보를 열람한 기록만 남고 화면에 있던 정보가 실제로 사진으로 외부에 반출됐는지는 별도로 확인하기 어렵다. 결국 정상적인 접근 권한을 가진 내부자의 비정상적인 정보 이용을 기존 보안 체계만으로 잡아내기 어려운 구조다.
병원 내부자에 의한 환자 정보 유출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8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 17곳에서 병원 직원 또는 제약회사 직원이 특정 제약사 제품을 처방받은 환자 정보를 외부로 반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수만 명 이상의 환자 민감 정보가 제약사 등으로 유출됐다.
과거에도 병원 직원이 업무상 접근할 수 있는 환자 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하거나 외부에 제공한 사례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병원 개인정보 보호의 초점이 외부 해킹 차단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의료정보는 질환과 증상, 진료 내용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어 한 번 외부로 유출되면 피해를 되돌리기 어렵다.
병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 교육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교육만으로는 내부자의 의도적인 정보 유출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상적인 접근 권한을 가진 직원의 비정상적인 정보 이용을 걸러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환자와 의료진, 진료과, 근무시간 등을 바탕으로 해당 환자 정보를 볼 업무상 이유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접근통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담당하지 않는 환자를 반복적으로 조회하거나 업무와 관계없는 환자 정보를 볼 경우 별도의 사유를 남기도록 하는 방식이다.
응급실처럼 신속한 정보 접근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열람을 허용하되 열람 사유를 기록하고 사후 감사하는 '예외 열람' 체계를 적용할 수 있다. 또 담당 환자가 아닌 사람을 반복 조회하거나 단시간에 여러 환자의 정보를 연속해서 조회하는 등 이상 행위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환자나 임직원·의료진 본인 및 가족 등 고위험 환자의 정보에 접근하거나 업무 관련성이 낮은 비정상적인 접근이 발생할 경우 실시간으로 경보를 보내고 즉시 소명하도록 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화면 워터마크를 적용하는 방안도 대응책으로 제시된다. 화면에 열람자 ID와 조회 시각 등을 표시해 휴대전화로 촬영하더라도 정보 유출 경로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부서 이동이나 파견, 당직 종료 등으로 업무가 바뀌면 접근 권한을 즉시 회수하고 정기적으로 권한을 재인증하는 관리도 필요하다.
협회 차원에서도 기존 해킹·외부 유출 중심의 대응을 넘어 의료기관 내부자 위협에 특화된 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회원병원 간 이상행위 탐지 사례와 대응 방안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열람 건수 자체보다 해당 환자의 정보를 볼 업무상 이유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술적 통제와 접속기록 점검, 이상 행위 탐지, 개인정보 보호 교육이 함께 작동해야 내부자에 의한 유출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