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C형간염 환자 찾았다…B형간염 치료도 확대
만 56세 국가 검진으로 조기 발견 효과 입증…B형간염 새 진료지침 공개
"WHO 퇴치 목표 달성 위해 검진·치료·간암 예방 잇는 관리체계 구축해야"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보건당국이 바이러스간염 퇴치를 위해 조기 발견과 치료 연계에 속도를 낸다. 지난해 도입한 56세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에서 무증상 환자를 다수 찾아낸 데 이어 대한간학회는 B형간염 치료 대상을 확대하는 새 진료 지침을 마련하면서 간암 예방 전략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다만 학계는 검진과 치료, 간암 예방 정책이 각각 운용되는 현 체계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2030년 바이러스간염 퇴치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며 검진부터 치료,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제도 간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은 28일 대한간학회와 공동으로 '세계 간염의 날' 기념행사를 열고 C형간염 국가검진 운영 성과와 2026 만성 B형간염 진료 지침 개정 내용을 발표했다. 행사에서는 국가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부터 항바이러스 치료, 간암 예방까지 이어지는 관리체계 구축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해 만 56세 국가건강검진 대상자 71만 3010명 중 53만 7726명이 검진을 받아 수검률은 75.5%를 기록했다. 검진자의 0.8%인 4360명은 C형간염 항체 양성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44.9%(1957명)가 확진 검사를 받았고, 확진 검사 수검자의 57.0%(1116명)가 C형간염으로 최종 확진됐다.
특히 국가검진 도입 이후 56세 연령의 신규 신고 환자는 같은 50대 다른 연령보다 2~4배 증가했다. 해당 연령에서 확인된 환자의 57.6%는 건강검진을 통해 처음 감염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수술이나 다른 검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던 환자를 국가검진이 조기에 찾아낸 것이다.
질병청이 56세를 국가검진 대상으로 정한 것도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연령별 유병률 분석에서 56세가 하나의 변곡점으로 확인되면서 우선 이 연령을 대상으로 사업 효과를 검증한 뒤 향후 확대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적 접근을 택했다.
이형민 질병청 감염병관리과장은 "C형간염은 증상이 없어 감염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은 2~3개월 치료만으로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라며 "앞으로 3년간 축적되는 자료를 토대로 대상 연령 조정 여부를 검토하고 근거가 충분하면 평가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진에서 치료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항체 양성자 가운데 확진 검사 시행률은 44.9%에 그쳤고 확진 환자 중 실제 치료를 시작한 비율도 18.0%에 머물렀다. 질병청은 올해부터 확진 환자를 직접 추적·관리하는 사업을 시작하는 등 검진 이후 치료 연계를 강화해 조기 치료와 추가 감염 예방으로 이어지는 관리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대한간학회는 지난달 개정한 '2026 만성 B형간염 진료 지침'도 소개했다. 새 지침은 간수치(ALT) 중심에서 벗어나 바이러스 수치(HBV DNA)를 중심으로 환자를 분류하고 치료 대상을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바이러스 수치와 간수치를 함께 평가해 면역 반응기와 활동기 등을 구분한 뒤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치료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지만 기준에 미치지 못해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이른바 '회색지대' 환자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 학회의 설명이다.
이혜원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기존에는 여러 가지 간 수치와 바이러스 수치를 종합해 면역 단계를 구분했다면 개정 지침은 바이러스 수치 중심으로 자연 경과를 단순화해 회색지대 환자를 줄이고자 했다"며 "간암 위험이 높은 중등도 바이러스혈증 환자들이 간 수치와 무관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한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새 진료 지침은 바이러스 수치를 중심으로 자연 경과를 단순화하고 간암 위험이 높은 중등도 바이러스혈증 환자는 간 수치와 관계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확대했다. 치료 알고리즘을 단순화해 보다 많은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교수는 "결국 치료 알고리즘을 단순화해 바이러스간염 퇴치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개정"이라고 말했다.
학계는 국가검진과 진료 지침 개정만으로는 WHO가 제시한 2030년 바이러스간염 퇴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정책 간 연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은선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앞선 발표를 들으면 감염 바이러스를 구석구석 찾아내 퇴치하면 없어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지만 현장에서 보는 것은 그렇지 않다"며 "바이러스간염은 감염병이면서도 오랜 시간에 걸쳐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진행하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가 국가건강검진과 예방접종, 항바이러스 치료, 간암 검진 등 개별 제도는 잘 갖춰져 있지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장 교수는 "각각의 영역에서는 너무 잘 노력하고 정책들이 종으로는 잘 이뤄지고 있지만 횡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이 부재하면서 각 부처도 나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실제 C형간염은 치료제가 없던 시기에 진단받은 환자들이 이후 치료 대상에서 이탈하거나 치료 후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들이 간암 검진 체계에서 빠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C형간염 국가검진 확대와 치료 접근성 개선, B형간염 급여기준 정비, 법적 기반과 거버넌스 구축 등을 통해 검진과 치료, 간암 예방이 하나의 관리체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검진 이후 치료까지 이어지는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국가검진 대상 확대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 과장은 "56세 국가검진을 통해 신규 환자 발견 효과가 확인된 만큼 향후 근거를 축적해 검진 연령조정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당초 5년 평가를 예정하고 있지만 필요한 근거가 조기에 확보되면 평가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남 질병청 차장은 "건강검진 기회가 무증상 환자의 조기 발견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앞으로 건강검진 대상 확대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며 "이제는 환자 발견을 넘어 간암 예방과 바이러스간염 퇴치를 목표로 치료 연계까지 촘촘히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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