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 거리두기 대신 과학적 판단…새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한다

[질병청 업무보고] 사회대응 의사결정 한계 보완…매뉴얼·거버넌스 구축
감염병 백신·치료제 자급화 속도…'항생제 내성균' 대응도 강화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이 14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을 방문해 신종·고위험 감염병에 대한 의료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7.14 ⓒ 뉴스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질병관리청이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질병관리청'을 내걸고 코로나19 팬데믹의 교훈을 반영한 새로운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에 나선다.

질병청은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하반기 핵심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감염병 위기대응체계 고도화와 감염병 백신·치료제 자급화, 국가예방접종 체계 개선, AI·데이터 기반 질병관리, 미래 건강위해 대응 등 7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국가 공중보건체계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상반기에는 감염병 위기 유형별 맞춤형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에볼라 국내 유입에 대응했다. HPV 국가예방접종 대상을 12세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했고 희귀질환자 특수식 구매지원체계도 구축했다. 하반기에는 이를 바탕으로 감염병 대응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업무보고에 앞서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질병청은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정부의 핵심 기관"이라며 "공중보건 위기에는 더욱 신속하게 대응하고 평상시에는 예방 중심 정책을 강화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교훈 반영…"사회적 조치도 과학적 근거로"

질병청은 하반기부터 감염병 위기관리체계 고도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감염병 병상 관리체계를 질병청 중심으로 일원화하고 중앙-권역-지역-동네 의료기관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의료대응체계를 구축한다.

신·변종 감염병에 대비해 호흡기와 출혈열, 발진, 설사, 신경계 등 5대 증후군을 한 번에 확인하는 동시 검사법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반영한 감염병 위기 사회대응 매뉴얼도 다음 달 마련한다. 방역 정책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할 수 있도록 경제·산업·노동·교육·법률·윤리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회대응 의사결정 구조도 운영한다.

임 청장은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매우 큰 성과를 거둔 자랑스러운 일이었다"면서도 "2020~2021년 장기간 이어진 일률적인 거리두기 정책은 세밀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취약계층에 큰 피해를 초래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질병청은 감염병위기대응전문위원회 산하에 방역·사회대응분과위원회를 설치했다. 방역·의료 전문가뿐 아니라 경제와 산업, 노동, 교육, 법률, 보건윤리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해 사회적 조치를 함께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임 청장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지침도 만들어가고 있다"며 "정책 시행 이후에도 단기·중장기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그 결과를 다시 정책에 반영하는 과학적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던 2021년 12월 31일, 대구 시내 한 음식점에서 주인이 텅 빈 테이블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다. ⓒ 뉴스1 공정식 기자
백신 자급화 속도…말라리아·항생제 내성 대응 강화

질병청은 다음 팬데믹에 대비한 백신·치료제 자급화에도 속도를 낸다. 지난해 착수한 코로나19 국산 mRNA 백신 개발사업은 다음 달 임상 2상에 들어간다.

병원체 분석부터 항원 설계, 후보물질 발굴까지 지원하는 한국형 AI 기반 백신개발 플랫폼(K-AI PPX) 구축에도 착수한다. 국가 감염병 임상연구·분석센터를 설립하고 제4차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기술개발 추진전략도 마련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 역량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신·변종 감염병 발생 시 백신 개발 기간을 100~200일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임 청장은 "2028년 품목허가를 목표로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목표대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국산화에 성공하면 팬데믹 상황에서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은 물론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상시 대응 역량도 강화한다. 질병청은 2030년 말라리아 퇴치를 목표로 위험지역 감시와 환자 조기발견, 완치 지원을 확대한다.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감염증 등 항생제 내성균 확산을 막기 위한 맞춤형 중재사업과 항생제 적정사용 지원사업도 강화한다. 사람과 동물, 환경을 함께 관리하는 '원헬스'(One Health)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범정부 대응도 추진한다.

임 청장은 "초고령사회에서는 항생제 내성 문제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보건의료뿐 아니라 축산과 환경까지 함께 관리하는 원헬스 접근을 통해 항생제 내성 대응 역량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예방접종부터 폭염까지…국민 체감 정책 확대

국가예방접종 체계도 손질한다. 품목허가부터 국가예방접종 시행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도입 절차를 개선하고 HPV 9가 백신과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고령층 폐렴구균 단백결합백신 도입을 우선 검토한다. 감사원 감사 이후 제기된 백신 품질관리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오는 9월 '백신 품질관리 및 안전접종체계 개선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희귀질환과 만성질환 관리도 확대한다. 희귀질환 전문기관을 늘리고 의료비 지원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고혈압·당뇨 등록교육센터는 만성질환통합관리센터로 개편해 전 연령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아비만 중재 프로그램과 소아·청소년 1형 당뇨병 레지스트리 구축도 추진한다.

AI 기반 질병 관리 체계 구축에도 나선다. 질병관리 AX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해외 감염병 정보 자동 수집과 역학조사 지원, 감염병 특화 챗봇, 허위정보 실시간 탐지 등 AI 서비스를 도입한다. 예방접종과 감염병 데이터를 연계하는 '질병데이터ON' 플랫폼을 구축해 데이터 기반 질병관리 체계도 고도화한다.

기후위기에 대비한 건강 보호 정책도 강화한다. 열사병 등 5개 온열질환 표준진료지침을 마련하고 제2차 기후보건영향평가를 실시한다. 노인 낙상 예방사업과 의료방사선 안전관리도 강화해 미래 건강위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임 청장은 "질병청은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정부의 핵심 기관"이라며 "공중보건 위기에는 더욱 신속하게 대응하고 평상시에는 예방 중심 정책을 강화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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