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약사 '중국 임상시험 안보조사' 이번주 종료…바이오경쟁 격화되나
미국 하원, 글로벌 제약사 5곳 상대로 전수조사 나서
"미중 바이오 경쟁 격화될 수도…韓 기업엔 기회·우려 양날의 검"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미국 의회가 글로벌 제약사들의 중국 내 임상시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개시한 전수조사가 이번주 마무리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바이오 산업에서 대(對)중국 견제 정책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런 흐름이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지난달 말 머크(MSD)·애브비·일라이 릴리·화이자·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 5개 제약사에 중국 내 임상시험 현황과 관련된 자료를 이달 17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의회가 제출을 요구한 자료는 각 제약사의 중국 내 임상시험장 실사 절차, 데이터 보호 체계, 윤리 기준 등이다. 이들 기업이 그간 중국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첨단 기술 및 지식 재산권이 중국 정부나 군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은 없는지, 시험 참여자들의 인권 침해 문제는 없었는지를 두루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특히 미국 의회는 중국 신장 지역과 중국 군 병원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서한에서 신장 지역을 두고 "위구르족 등 소수 민족과 종교 집단을 겨냥한 중국 정부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발원지"라고 지적했다. 중국 연구 기관들이 소수 민족에게 제대로 동의받지 않고 DNA 등의 신체 정보를 강제 수집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회는 "중국 군 병원에서 임상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미국 기업의 첨단 바이오테크 지식재산권(IP)이 중국 군부로 이전될 잠재적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사가 단순한 실태 파악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국 내 임상시험에 대한 추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경우,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은 바이오 분야를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이어 국가안보의 핵심 산업으로 규정하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원료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물론 임상시험과 연구개발까지 공급망 전반에서 중국 비중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반면 중국은 막대한 환자 수와 빠른 임상시험 진행 속도, 낮은 비용 등을 앞세워 글로벌 임상시험의 허브로 급성장해 왔다. 다국적 제약사들 역시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중국 임상시험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미국 의회에 따르면, 머크는 2005년 이후 중국에서 224건의 임상 연구를 후원 또는 협력했고, 이 중 최소 31건을 신장 지역에서, 40건은 중국군 관련 의료기관에서 진행했다. 애브비도 2007년 이후 중국에서 100건 넘는 임상 연구에 관여했고, 이 가운데 최소 17건은 신장, 16건은 군 관련 기관에서 수행했다.
미중 간 바이오 경쟁 심화가 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이 공존한다. 우선 미국이 중국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경우 높은 의료 수준과 우수한 병원 인프라, 임상 수행 역량 등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대체 시장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
반면 향후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의 협력을 추진할 때는 외교적 부담이 커질 우려도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상당수가 중국 바이오텍과 공동 연구개발이나 기술이전, 임상시험 등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미국 규제가 확대될 경우 사업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 임상기관과의 협력 제한, 임상 데이터 활용 기준 강화 등의 후속 조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만, 글로벌 신약 개발 과정에서 여전히 중국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단기간에 다른 나라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대외협력본부장은 "이번 조사는 단순히 개별 기업에 대한 점검이라기보다 미국의 대중 바이오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가 될 것"이라며 "다만 아직 미중 양국 간의 사안이기 때문에 조사 결과가 나와도 우리 기업에 직접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바이오 경쟁을 강화하면서도 물밑에서는 이전보다 더 협력을 늘리는 측면도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파고들 부분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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