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위험까지 높인다고?…폭염, 정신건강도 뒤흔든다 [저널톡]

호주 시드니대 72만 사례 분석…"24세 이하 정신질환 위험 2배 높여"
국내선 폭염, 신종 감염병 이어 건강 위협하는 사회적 위험으로 인식

프랑스 일부 지역 낮 최고기온이 43도를 웃도는 등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식수대 물안개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6.6.23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기후변화로 폭염이 일상이 되면서 더위가 신체 건강을 넘어 정신건강까지 위협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호주에서는 극심한 고온이 청소년·청년의 정신질환 입원 위험을 두 배까지 높인다는 연구가 나온 데 이어 국내에서는 폭염을 신종 감염병 다음으로 건강과 안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아동청소년정신의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에 게재된 호주 시드니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2년까지 뉴사우스웨일스(NSW) 지역 24세 이하 청소년·청년의 정신질환 입원 약 72만 건을 분석한 결과 온난기(호주의 10~3월) 일평균 기온이 상위 1%에 해당하는 극한 고온 일에는 정신질환 입원 위험이 평소보다 약 2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로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이 같은 정신건강 위험도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세기말에는 열과 관련한 정신질환 입원이 현재보다 6~7.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를 이끈 웬치앙 허 박사는 "기온이 상승할수록 청소년과 청년의 정신질환 입원도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신질환 입원 위험은 따뜻한 계절에는 두 배, 추운 계절에는 세 배까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폭염이 정신질환 입원을 증가시키는 정확한 생물학적 기전을 규명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폭염으로 인한 수면장애와 정서적 스트레스, 충동성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 이전에도 폭염과 정신건강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는 잇따랐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뉴사우스웨일스(NSW) 지역 청소년들은 평년보다 더운 날 자살 사고와 자해 행동으로 병원을 찾는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고 소개했다.

호주 국가기후위험평가(National Climate Risk Assessment) 역시 극심한 폭염이 자살률과 정신건강 관련 입원을 높이고 스트레스와 불안, 기존 정신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호주 청소년 정신건강 연구기관 오리젠(Orygen)의 하시니 구나시리 박사는 폭염이 청소년의 음주나 약물 사용, 위험 행동, 자해 충동 증가와 연관될 수 있다며 폭염 대응 정책에도 정신건강 관리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수면 부족은 청소년의 자살 사고와 자해의 잘 알려진 위험 요인"이라며 "현재 폭염 대응은 열사병이나 탈수 등 신체 건강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앞으로는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감염병 다음은 폭염…"정신건강도 위협"
프랑스 일부 지역 낮 최고기온이 43도를 웃도는 등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프랑스 파리 생마르탱 운하(Canal Saint-Martin)에서 시민들이 다리 위에서 물로 뛰어들고 있다. 2026.6.23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폭염이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청년층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호주 연구가 청년층의 정신질환 입원 위험 증가를 보여줬다면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폭염이 스트레스와 무기력, 짜증 등 일상적인 정신건강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BK21 건강재난 통합 대응을 위한 교육연구단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폭염과 사회정신건강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폭염 당시 '별다른 이유 없이 기분이 나빠지고 스트레스가 쌓였다'는 응답은 96.4%에 달했다.

'무기력해지고 평소보다 일 처리 능력이 떨어졌다'는 응답은 95.7%, '일을 처리하는 과정이 짜증 나고 성가시게 느껴졌다'는 응답도 94.6%로 나타났다.

폭염은 일상생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응답자의 54.6%는 운동 등 신체활동이 줄었다고 답했고 사회활동 감소는 44.2%, 수면 감소는 40.9%, 직장·학교 업무 능률 저하는 30.4%로 조사됐다.

경제적 부담도 컸다. 응답자의 42.5%는 지난해 폭염 기간 냉방비 부담 때문에 꼭 필요한 지출을 줄이거나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줄인 항목으로는 여가·문화비가 가장 많았으며 식비를 줄였다는 응답도 48.6%에 달했다.

폭염에 대한 인식 역시 달라지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폭염을 자신의 건강과 안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신종 감염병 다음으로 많이 꼽았으며 58.8%는 폭염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실제보다 과소평가 되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를 총괄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폭염을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라 일상과 정서,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사회적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폭염 대응도 기상 정보 전달을 넘어 신체 건강과 정신심리 건강 보호, 사회적 취약성 완화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