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치료 중단됐어요"…'도수치료 관리급여' 시작 전부터 혼란

시행 하루 앞두고 환자·의료계 반발 확산…소아 예외 적용 요구도
복지부 "도수치료는 유일한 치료법 아냐…전문 재활치료 병행해야"

서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의 모습.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5개월 아기가 도수치료를 받고 있는데 7월부터 치료가 모두 중단됐습니다.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인데 '의사 배부른 소리'라는 말만 들립니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 입장에서는 불안감만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오는 7월 1일부터 도수치료를 관리급여 대상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치료 중단을 우려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시행을 코앞에 두고 의료계는 거리 집회를 열어 제도 철회를 촉구했고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정책 재검토를 요구하는 청원이 6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국회에서는 관리급여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정책토론회도 예정돼 있어 시행 직전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도수치료가 관리급여 대상으로 편입된다. 관리급여는 실손보험 청구가 집중되는 일부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제도로 과잉진료를 줄이고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도수치료에는 건강보험 수가 4만 3850원이 적용되며 환자가 비용의 95%를 부담한다. 이용 횟수도 주 2회, 연간 최대 15회로 제한되고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최대 24회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이 같은 관리급여 도입은 실손보험 청구가 집중되는 비급여를 관리해 과잉 이용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까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 정책의 재검토 및 제도 개선 요청'이 올라와 전날 기준 6만 1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일부 보험사기와 불법 브로커 문제를 이유로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인 횟수 제한과 단일 수가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전방십자인대와 회전근개 파열 수술 후 재활이나 중증 척추질환 환자는 초기 집중적인 도수치료가 치료 성패를 좌우하는데 연간 횟수를 획일적으로 제한하면 재활의 골든타임을 놓쳐 영구적인 기능 저하와 재수술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낮은 수가 체계로 숙련된 물리치료사가 의료기관을 떠나면 필수 재활의료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정책 유예와 범정부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예외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라온 '소아청소년 도수치료 분야에 대한 별도 급여 기준 또는 예외 적용 검토 요청'에서 청원인은 "정부의 의료비 절감과 과잉진료 방지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소아청소년 도수치료는 성인처럼 단순 통증 완화가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능적 문제를 조기에 교정하고 변형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라며 "성인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장기 척추측만증과 선천성 근골격계 이상, 자세 불균형, 보행 이상, 운동발달 지연과 연관된 근육·관절 기능 문제, 수술 후 재활 등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이후 교정이 어려울 수 있다"며 "소아청소년 분야는 별도 급여 기준을 마련하거나 성장기 척추측만증 등 의학적 적응증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실손보험 재정 영향과 소아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별도로 분석해 현실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출신인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 의원은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와 합리적 의료자원 배분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지만 일부 예외적 왜곡 사례를 이유로 개별 환자의 특성과 관계없이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은 의료체계 전반에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도수치료는 유일한 재활치료가 아니다"라며 "건강보험에는 기본물리치료와 단순재활치료, 전문재활치료 등 다양한 급여 재활치료가 있고, 의사의 판단에 따라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를 우선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아 재활 중 중증 장애 환자는 중추신경계 발달재활치료 등 전문 재활치료를 받으셔야 한다"며 "그런 치료를 받으면서 도수치료를 같이 받으면 좋다. 도수치료를 주야장천 해서 효과가 좋아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도수치료가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면 횟수 제한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관리급여는 연간 15회를 기본으로 하고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면 최대 24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을 앞두고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서 열린 도수치료 생존권 수호 전국 물리치료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현실 무시 획일적 관리급여, 환자 중심 전면 재설계'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6.6.28 ⓒ 뉴스1 이광호 기자

하지만 의협은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법률 대응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28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국민의 치료권,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관리급여 반대 궐기대회'에서 "하나의 치료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의 자율성과 국민 선택권이 걸린 문제"라며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실질적인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여야지 비급여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정섭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은 "일각에서는 이미 고시가 확정됐는데 이제 와 집회하는 것이 늦은 것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진짜 싸움은 제도가 시행되는 지금부터"라며 "정부가 강행한다면 법률 투쟁과 행정소송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행 하루 전인 이날 오전에는 이 의원과 의협, 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공동 주최하는 정책토론회 '관리급여,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가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토론회에서는 의료계와 환자단체, 보험업계, 금융당국,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관리급여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높은 본인부담률과 실손보험 보장 축소에 따른 환자 부담, 치료 접근성 저하 우려, 중증질환자의 피해 사례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