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부모 세대보다 빨리 늙는다"…조기암 급증 단서 찾았다[저널톡]
英·美 16만명 분석…1990년대생 생물학적 노화 지표 최대 92% 높아
폐암·위장관암·자궁암 위험 증가와 연관…비만·스트레스 등 영향 주목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왜 젊은 사람들의 암이 늘어나는가.
최근 전 세계 의료계의 화두인 조기암 증가 현상을 설명할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젊은 세대일수록 실제 나이보다 신체 세포가 빨리 늙는 '가속 노화' 현상이 뚜렷하며 이러한 변화가 폐암·위장관암·자궁암 등 조기암 위험 증가와 연관된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는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영국과 미국의 대규모 코호트 데이터를 활용해 출생 세대별 생물학적 노화 수준과 조기암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게재했다.
최근 세계 여러 국가에서 대장암과 위암, 췌장암, 유방암 등 다양한 암종이 젊은 층에서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연구진은 이러한 조기암 증가 현상의 배경에 '가속화된 생물학적 노화'(accelerated biological aging)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을 검증하고자 했다.
이에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성인 15만 4169명과 미국 올오브어스(All of Us) 연구 프로그램 참가자 1만 262명 등 총 16만 명 이상의 혈액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혈액 내 염증·대사·면역 관련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개인의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고 이를 실제 연령과 비교했다.
생물학적 나이는 주민등록상 나이와 달리 신체가 실제로 얼마나 노화됐는지를 보여주는 개념이다. 같은 40세라도 염증 수준이나 대사 건강, 면역 기능 등에 따라 생물학적 나이는 더 많거나 적을 수 있다.
분석 결과 출생 연도가 최근일수록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빨라지는 뚜렷한 세대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미국 코호트에서는 1990~1999년생이 1965~1969년생보다 생물학적 노화 지표인 '에이지 갭'(age gap)이 9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젊은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더 이른 시기에 노화 관련 변화를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생물학적 노화와 조기암 발생 위험 간의 관계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신적 노화 수준이 증가할 때마다 조기 고형암 위험은 8%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암과 위장관암, 자궁암에서 이러한 연관성이 두드러졌다.
참가자를 전신적 노화 수준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노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그룹은 가장 적게 진행된 그룹보다 조기 고형암 위험이 15% 높았다. 이러한 연관성은 암에 대한 유전적 위험도와 가속 노화 관련 유전적 소인을 보정한 이후에도 유지됐다.
나아가 연구진이 장기별 노화를 정밀 분석한 결과 면역계의 노화는 조기 폐암 위험과, 지방 조직의 노화는 조기 대장암 위험과 특히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최근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조기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은 1990년대 이후 출생 세대에서 대장암 발생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대장암 검진 시작 연령을 기존 50세에서 45세로 낮춘 바 있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의 노화를 앞당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연구진은 비만과 대사질환 증가, 초가공식품 섭취 확대, 운동 부족,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 환경오염물질 노출, 장내 미생물 변화 등을 주요 후보 요인으로 제시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생활습관과 환경적 노출이 수십 년에 걸쳐 생물학적 노화를 촉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가속 노화와 조기암의 연관성을 보여준 것이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생물학적 노화가 암 발생을 촉진하는지, 아니면 공통의 위험요인이 두 현상을 동시에 일으키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워싱턴대 의대의 인차오(Yin Cao) 교수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젊은 세대에서 암 발생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생물학적 노화가 조기암 증가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생물학적 노화를 늦추는 전략이 향후 조기암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암 위험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건강 전반에 경고를 던진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연구진은 "조기암 증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세대별 생활환경 변화와 생물학적 노화 과정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며 "젊은 연령대에서의 건강관리와 예방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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