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여러 군데 다니면 좋지 않다?…노쇠 환자에겐 정반대

김선영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대만 연구팀
진료 분절화-사망률 역설 확인…다학제 진료 필요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는 일은 환자에게 좋지 않다고 여겨졌지만, 노쇠 환자에게는 사망 위험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향후 노쇠를 중심으로 한 통합 진료 체계가 필요하다는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는 일은 환자에게 좋지 않다고 여겨졌지만, 노쇠 환자에게는 사망 위험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향후 노쇠를 중심으로 한 통합 진료 체계가 필요하다는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경희대병원은 김선영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대만 연구팀과 대규모 국가 데이터 분석 연구를 통해 노인 의학 전문 진료 모델을 결정하는 기준이 연령이 아닌 환자의 '노쇠'(Frailty) 상태라는 점을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노쇠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의 생리적 능력이 감소해, 질병이나 수술 등 가벼운 외부 스트레스에도 자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신체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고 회복이 어려운 '취약한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분절화된 진료', 즉 여러 의료기관을 옮겨 다니는 것은 환자에게 좋지 않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노쇠 환자의 경우 병원을 옮겨 다니는 게 오히려 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진료 분절화-사망률 역설'(fragmentation-mortality paradox)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한국(39만 2466명)과 대만(37만 997명)의 45세 이상 국가보험 자료를 바탕으로 노쇠군을 비교·분석했다.

노쇠가 심해질수록 외래 방문은 4~5배, 입원율은 6~10배 증가했고,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진료 분절화 시 건강한 중장년층의 사망 위험도가 1.69배 높아졌지만 중등도 노쇠 환자군은 사망 위험도가 0.67배로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런 역설적인 결과가 현재 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노쇠 환자가 여러 진료과를 찾는 것은 의료 오남용이 아니라 오히려 필요한 진료이며 향후 노쇠를 중심으로 한 통합 진료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제시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진료 연속성이 우수한 의료 질의 지표로 판단해 온 기존 정책의 한계를 보여줬다"며 "일상 진료에 표준화된 노쇠 평가를 도입하고 노인의학 전문 인력과 진료 접근성을 확대하며 이를 통해 의료체계가 통합성을 가진 다학제 체계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악액질·근감소증과 근육 저널'(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 IF 9.9)에 게재됐으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한빛사) 추천 논문으로 선정됐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