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MRI·혈액검사 수가 손본다…절감 재원은 지역·필수의료에 투입

복지부, 건강보험 수가 구조 개편…연 2조원 이상 절감
지역 우대수가 확대·응급·소아·분만 보상 강화 추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2026.6.9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건강보험 수가 체계를 전면 손질한다. CT·MRI와 혈액검사 등 검체검사 수가를 조정해 확보한 연간 2조원 이상의 재정을 응급·중증·소아·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에 재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공청회'에서 "정부는 '목숨을 살리는 정부'라는 방향 아래 국민 생명을 최우선으로 지역과 필수의료 강화 정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며 "건강보험도 지역·필수의료 중심으로 과감하게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 실현을 위한 조치로 지역·필수·공공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대신 과도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는 검사 분야 수가를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 장관은 이번 수가 개편이 단순한 건강보험 재정 조정이 아니라 지역·필수의료 정상화를 위한 종합 대책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지역과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국립대학병원설치법을 개정해 국립대병원을 지역 거점병원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필수의료법도 제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필수의료 인력 양성을 위해 지역의사제와 국립의학전문대학원 도입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 보호 방안에 대해서도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해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산부인과와 소아외과 등 필수분야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최대 17억 원까지 보장해 의료진의 배상 부담을 줄이고 환자가 더 신속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의료체계 개편도 추진한다. 그는 "고위험 임산부가 안전하게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의료공급체계를 재편하고 있다"며 "중증 모자센터를 현재 2개에서 6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모자의료 협력체계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7일 열린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천선휴 기자

정 장관은 이어 건강보험을 활용한 지역·필수의료 지원 방안도 공개했다. 우선 복지부는 비수도권과 수도권 내 의료취약지를 우대하는 건강보험 수가 원칙을 확립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응급의료 분야에서는 어느 지역에서든 적시에 응급실 진료와 수술, 중환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종치료 보상을 대폭 강화한다.

소아·모자의료 분야도 지원을 확대한다. 성인과 다른 소아진료의 특수성을 수가에 반영해 보상 수준을 높이고, 산모 관리부터 분만, 신생아 치료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보상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20여 년간 사실상 동결돼 온 진찰료도 손질한다. 정 장관은 "3분 진료라는 짧은 진료에서 벗어나 환자를 충분히 진료할 수 있도록 혁신하겠다"며 "지난 20여 년간 유지돼 온 진찰료 수가를 조정하고 심층적인 진찰과 상담을 통해 환자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재활 분야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정 장관은 "수술이나 질환 치료 이후 회복기에 필요한 재활과 퇴원 이후 재택치료까지 끊김 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재활치료 영역에 대한 보상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재원 마련을 위해 복지부는 검체검사와 CT·MRI 수가를 조정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의 비용 분석 결과 검체검사의 비용 대비 수익은 평균 190%, CT·MRI 검사는 평균 200% 수준으로 나타났다. 투입 비용이 100원일 때 각각 190원, 200원의 수익을 얻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우선 비용 대비 수익이 150%를 초과하는 검사 항목의 수가를 150% 수준까지 조정하고, 2028년까지 추가 비용 분석을 거쳐 균형 수가 체계로 개편할 계획이다. 이번 1단계 조정만으로도 연간 2조원 이상의 재정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정 장관은 "과보상된 검체검사와 CT·MRI 건강보험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며 "비용 대비 수익을 기반으로 과도하게 보상된 검사 진료비를 연간 약 2조원 이상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건강보험 수가 혁신은 환자들이 의료진과 충분히 소통하며 어디서든 제때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지역 의료현장과 필수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이달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