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도 바꿔라"…중국·호주에 밀린 초기임상, '절차간소화' 시동
의회, FDA에 저위험 신약 IND 간소화 요구
"한국도 임상 정체 해법 마련 필요"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신약 개발 경쟁의 무게중심이 연구개발(R&D)에서 임상시험 유치 경쟁으로 옮겨가는 상황에 미국이 규제 개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과 호주가 초기 임상시험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자, 미국 의회가 직접 FDA에 임상시험계획승인(IND) 절차 간소화를 주문하고 나선 셈이다.
10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최근 2027 회계연도 농업·농촌개발·식품의약국(FDA) 및 관련 기관 예산법을 통과시키면서 FDA에 초기 신약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IND 제도 개혁을 검토하도록 요구했다.
해당 법안에 첨부된 세출위원회 보고서는 최근 초기 신약 개발이 미국 밖으로 이동하는 현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미국보다 임상 진입 장벽이 낮은 호주와 중국이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의 초기 임상시험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미국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위원회는 FDA가 IND 제출 지침을 재검토해 과학적 타당성이 떨어지거나 안전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조정 가능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초기 인체 대상 임상시험의 특성을 고려해 행정 부담을 줄이고 위험도 기반 심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배경에는 바이오산업 내 중국의 급부상이 있다. 과거 글로벌 초기 임상시험의 중심지는 미국이었지만 최근에는 중국 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 역량 강화와 정부 지원 확대, 환자 모집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임상시험 수요가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보고서에서 중국을 직접 언급하며 경쟁국으로 규정한 것도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호주식 CTN(Clinical Trial Notification) 제도 도입 검토다.
현재 미국은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전 FDA가 제출 자료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호주는 위험도가 낮은 임상시험의 경우 기관윤리위원회(HREC) 승인만 받으면 규제기관의 별도 심사 없이 임상에 착수할 수 있다.
규제기관이 사전 승인자가 아닌 신고 접수자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실제로 호주는 이 같은 제도를 바탕으로 글로벌 바이오텍들의 초기 임상시험 유치에 성공하며 경쟁력을 높여왔다.
미국 의회는 FDA에 저위험 IND에 대해 학술의료기관과 윤리위원회 중심으로 심사가 가능한 시범 프로그램을 검토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사실상 FDA 중심 구조를 일부 완화해 호주식 임상시험 신고제를 시험해 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FDA도 이미 관련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최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FDA가 제출한 '신속 IND 파일럿 프로그램' 안건에 대한 공식 검토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의회의 요구와 FDA 내부 논의가 맞물리면서 향후 저위험 신약에 대한 임상 진입 속도가 크게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국내 바이오 업계도 이번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그룹 ING 산하 연구기관은 한국이 아시아 바이오 혁신 분야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임상시험 추진력이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진행 중인 국내 임상시험 건수는 2024년 2307건에서 2025년 2175건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FDA가 임상·허가 과정의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AI·실사용데이터를 활용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체계를 전환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CDMO·제조시설 심사), 셀트리온(바이오시밀러 허가), SK바이오팜(신약개발), 루닛(AI·RWE 활용 확대), 메디포스트(세포치료제) 등 국내 바이오 업계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우수한 의료 인프라와 의료진이 임상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얼마나 빠르게 임상에 진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며 "미국이 규제 완화에 나설 경우 글로벌 임상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FDA 절차가 간소화되면 신약 개발비 절감과 개발기간 단축 효과가 기대된다"며 "한국도 임상시험 승인 절차와 규제 환경 전반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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