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방역 구멍…환자 접촉자 절반도 못 찾는다

접촉자 추적률 45% 그쳐…목표치 90%에 절반 수준
WHO 깊은 우려 표명…질병청, 해외유입 대비 강화

콩고민주공화국 보건 요원이 26일(현지시간) 동부 이투리주 르왐파라 병원으로 에볼라 의심 환자를 이송한 오토바이 운전사의 옷을 소독하고 있다. 2026.5.26 ⓒ AFP=뉴스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에볼라바이러스병 환자 접촉자 추적률이 4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행 통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발생 통제 목표치 90%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WHO는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접촉자 관리 체계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서는 에볼라바이러스병 확진자 363명, 사망자 62명이 보고됐다. 우간다에서도 확진자 15명, 사망자 1명이 발생했다. 지난달 15일 유행 선언 당시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확진자가 약 2주 만에 300명대로 급증한 것이다.

감염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접촉자 추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WHO는 지난 3일 DR콩고의 접촉자 관리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며 현재 환자와 접촉한 사람 중 45%만 추적·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발생 통제를 위한 이상 목표치인 9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WHO는 접촉자 추적률이 낮은 배경으로 불안정한 치안과 무력 충돌, 지역사회의 구조적 불신, 방역 활동 방해 등을 지목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3일 "주민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유행 통제도 어려울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국제의료행동연합 의료팀이 29일(현지시간) 에볼라 대응을 위한 치료 센터를 설치하며 개인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2026.5.29 ⓒ 로이터=뉴스1

현장에서는 공식 통계보다 실제 유행 규모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국제 의료·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의 앨런 곤살레스 부대표는 성명을 통해 "이투리주에서 에볼라 발병이 공식 선언된 지 2주 만에 이처럼 많은 환자가 보고된 사례는 없었다"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일 새로운 의심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수백 건의 검체가 아직 검사되지 못한 상태이며 실제 유행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국경 통제와 공항 폐쇄 등 여러 제약으로 방역 활동과 구호물자 전달이 지연되면서 현장 대응이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행은 새로운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전체 확진자의 93.9%가 발생한 이투리주에서는 최근 림바 지역에서 처음 환자가 확인되면서 발생 지역이 17곳으로 늘었다. 북키부주와 남키부주에서도 환자 이탈과 방역 절차 미준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WHO는 지난달 22일 DR콩고의 국가 내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에볼라바이러스병은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특성상 국제적 확산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전 세계 위험도는 '낮음' 수준을 유지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이 4일 인천국제공항 검역소에서 에볼라바이러스병 검역대응체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4 ⓒ 뉴스1

전 세계 위험도는 낮게 평가됐지만 방역당국은 해외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검역망을 강화하고 있다. 질병청은 지난달 26일 DR콩고와 우간다, 남수단에 이어 에티오피아와 르완다를 중점검역관리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모든 입국자는 검역관에게 Q-CODE 또는 건강상태질문서를 통해 건강 상태를 신고해야 한다. 또 입국 후 21일 동안 증상을 자가 모니터링하고 발열, 복통 등 의심 증상이 발생할 경우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 또는 보건소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질병청은 검역 강화 조치와 함께 현장 대응 체계 점검에도 나섰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지난 4일 국립인천공항검역소를 직접 방문해 실제 에티오피아발 항공기 검역 과정을 확인하며 현장 대응 상황을 살폈다. 더불어 해외 발생 동향과 24시간 상황관리 체계, 국가별 검역 대응 현황, 의심환자 발생 시 의료 대응 체계 등을 재점검했다.

임 청장은 이날 현장 직원들에게 "국립인천공항검역소가 국가방역의 최전선인 만큼 사회 안전을 지키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검역 대응에 빈틈이 없도록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