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1년] 의사 늘리고 1조 투입 '지역·필수·공공' 의료 복원 시동
의대 증원·지역병원 육성…상급병원 구조 재편·건보 개혁도 속도
전달·수가체계 개편…"현장 체감 아직, 의료 공백 해소 시간 필요"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보건의료 정책은 지역·필수·공공의료, 이른바 '지필공' 복원과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응급실·소아·분만 분야 붕괴와 수도권 환자 쏠림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 인력 확충부터 지역병원 육성, 건강보험 개편, 필수의료 지원 체계 정비까지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 개혁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1년간 지역의사법·국립의전원법·지역필수의료법 등 의료개혁 관련 입법을 잇달아 추진했다.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기반 복원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와 지역 거점병원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치료 가능 사망률은 서울이 인구 10만명당 39.55명인 반면 충북은 49.94명으로 지역 격차가 뚜렷했다. 공공의료기관 비율 역시 한국은 5.2%로 OECD 평균(56.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의료개혁 핵심 과제로 내세운 배경이다.
의사 인력 확충은 이번 의료개혁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의사인력 수급 추계를 바탕으로 2027년부터 5년간 의대 정원을 연평균 668명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3058명 수준인 의대 정원은 2030년부터 3871명으로 늘어난다.
특히 증원 인력 상당수는 지역의사로 선발해 지역 필수의료 분야에 배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2031년까지 총 2942명의 지역의사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말 '지역의사법'을 제정한 데 이어 올해 '국립의전원법'도 통과시켰다. 국립의전원은 2030년 도입 예정이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도 병행됐다. 정부는 연속 수련시간 상한 단축과 임산부 보호 강화 등을 담은 '전공의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가장 상징적인 정책은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신설이다. 정부는 2027년부터 연 1조원 규모 재정을 별도 편성해 지역 필수의료 인력 양성과 거점병원 육성, 진료협력체계 구축, 취약지 지원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재원은 담배 개별소비세와 수입 담배 관세 일부를 활용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지역필수의료법'도 제정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지원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또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 한도를 기존 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하고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해 필수의료 의료진의 민형사 부담 완화도 추진했다.
국립대병원 체계 개편도 이뤄졌다. 정부는 올해 초 '국립대(치과)병원 설치법'을 개정해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했다. 정부는 국립대병원을 지역 거점병원으로 육성하기 위해 시설·장비와 연구개발(R&D), 인공지능 전환(AX) 예산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핵심 과제다. 정부는 전국 175개 병원을 ‘포괄 2차 종합병원’으로 선정해 지역 필수의료 거점 역할을 맡기고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 중심으로 기능을 재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응급·소아·분만 같은 필수특화 분야 지원도 확대됐다. 정부는 24시간 진료가 필요한 필수특화 분야 병원 29곳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특히 야간·휴일 소아 진료 공백 해소를 위해 달빛어린이병원을 지난해 115곳에서 올해 148곳으로 확대했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도 12곳에서 14곳으로 늘어났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대응을 위한 지역모자의료센터 15곳과 심뇌혈관질환센터 5곳도 추가 지정됐다. 정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역시 현재 44곳에서 60여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건강보험 개혁도 병행됐다. 정부는 2026년 건강보험 국고 지원 규모를 12조7000억원으로 확정하고 필수의료 수가 인상과 상대가치 개편, 약가제도 개선 등을 추진 중이다. 특히 행위별 수가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적 지불제도'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공공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공공정책수가·급여 신설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도 올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또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부당청구 신고 포상금 상한을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높이고 사무장병원 단속 강화에도 나섰다. 제네릭 약가 산정체계를 포함한 약가제도 개편안도 마련했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보험급여비는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고 65세 이상 가입자 비중도 19.9%까지 증가했다.
국민 체감형 정책도 일부 속도를 냈다. 코로나19 이후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돼 온 비대면진료는 15년 만에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정부는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간병 부담 완화 정책도 본격화됐다. 정부는 '의료중심 요양병원 혁신 및 간병 급여화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간병 급여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희귀·난치질환 지원도 확대됐다. 정부는 올해 75개 희귀질환을 국가관리 대상에 추가 지정해 산정특례 적용 질환을 1413개로 늘렸고 고가 희귀질환 의약품의 신속 보험등재도 추진했다.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인력을 확대하고 자살시도자·유족 치료비 지원의 소득 기준을 폐지했다. 정부는 지난해 자살 사망자가 전년보다 972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복지 분야에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전국 시군구로 확대하고 생계급여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인상했다. 아동수당 지급 연령도 단계적으로 13세 미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약·바이오 수출액은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고 K뷰티 수출도 114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인 환자 수도 처음 20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의료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와 필수의료 보상체계 개편, 환자 권리 강화 등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환자기본법'도 제정됐다.
다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실제 현장 체감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의사제와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료계 반발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지방 병원의 인력난과 응급의료 공백 역시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 증가와 필수의료 보상 확대 사이 균형, 지방 의료기관의 실질적 경쟁력 확보,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등도 향후 과제로 꼽힌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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