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움직임도 효과"…뇌 노폐물 제거 돕는 새 기전 발견 [저널톡]

복부 근육 수축이 '유압 시스템' 역할…뇌척수액 순환 촉진 확인
운동-뇌 건강 연결 원리 규명…"사람 대상 추가 검증은 과제"

서울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2025.6.30 ⓒ 뉴스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걷기나 가벼운 복부 움직임 같은 일상적인 신체 활동만으로도 뇌 노폐물 제거를 돕는 '뇌 청소 시스템'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운동이 단순히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뇌척수액 흐름 자체를 변화시켜 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새로운 기전이 제시되면서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질환 예방과의 연관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패트릭 드루 교수 연구팀은 최근 복부 근육 움직임이 뇌척수액(CSF) 순환을 촉진해 뇌 속 노폐물 제거를 도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기존에 수면 중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진 뇌 노폐물 제거 시스템인 '글림프계(glymphatic system)'에 주목했다. 글림프계는 뇌척수액을 순환시켜 뇌 속 노폐물을 씻어내는 역할을 하는데,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베타(β)와 타우 단백질 제거에도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러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뇌척수액의 흐름이 중요한데 그동안 연구에서는 주로 수면, 심장 박동, 호흡 등이 이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신체 움직임 자체가 어떤 방식으로 뇌척수액 순환과 연결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러닝머신 실험과 초고해상도 영상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생쥐가 걸음을 떼기 직전 복부 근육이 수축하는 순간 뇌가 두개골 안에서 실제로 미세하게 움직이는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 움직임이 단순 진동이 아니라 뇌척수액 흐름을 유도하는 물리적 메커니즘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연구진은 복부 근육 수축이 일종의 '유압 시스템(hydraulic system)'처럼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걷거나 몸을 움직일 때 복부 근육이 수축하면 척추 주변 정맥망(vertebral venous plexus)을 압박하게 되고, 이 압력이 척수와 뇌 방향으로 전달되면서 뇌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마취 상태 생쥐의 복부에 약한 압력을 가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혈압 측정보다 낮은 수준의 약한 압력을 가했을 때도 뇌 움직임과 뇌척수액 흐름 변화가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반면 호흡이나 심장 박동만으로는 동일한 수준의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어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러한 뇌 움직임이 실제 체액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복부 수축으로 유발된 미세한 뇌 움직임이 뇌 조직 주변 체액을 이동시키고 노폐물 배출을 촉진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더러운 스펀지를 물로 씻어내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연구를 이끈 패트릭 드루 교수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뇌 건강을 촉진하는 생리학적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걷기나 복부 근육 수축처럼 아주 작은 움직임도 뇌 건강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운동과 치매 예방의 관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강도 운동이 어려운 고령층에서도 걷기나 일상적인 움직임만으로 일정 수준의 뇌 건강 효과를 기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동물실험 기반으로 진행된 만큼 실제 인간에게서 동일한 메커니즘이 확인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결과만으로 특정 운동이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