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공백 노린 수막구균 B"…접종 사각지대 '경고'
지난달 영국서 10·20대 21명 확진, 2명 사망
"기존 백신으로는 예방 어려워 B혈청군 백신 접종 필요성 커져"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최근 영국에서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수막구균 집단 감염이 발생하며 'B혈청군' 백신 공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존 예방접종으로 막기 어려운 유형의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국내 역시 예방 전략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영국 켄트 지역에서 수막구균 감염증 집단 감염으로 21명이 확진되고 18세와 21세 환자 2명이 사망했다. 이번 유행은 지역 대학교와 고등학교 학생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확진자 전원은 B혈청군에 감염됐으며 모두 해당 백신 접종 이력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막구균 감염증은 드물게 발생하지만, 국내에서도 사망 사례가 확인되는 치명적인 세균성 감염이다. 기침, 재채기, 입맞춤 등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무증상 보균자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학교, 기숙사, 군대 등 밀집된 환경에서는 확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이번 유행에서도 클럽 등 밀집된 장소에서 전자담배 공유 등을 통해 감염이 확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막구균 감염증은 빠르게 진행되며 심각한 경우 24시간 이내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초기에는 발열, 두통, 구토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적절한 치료를 받아도 치사율은 10~15% 수준이며 심각한 경우 40%까지 올라갈 수 있다. 회복 시에도 최대 20%에서 피부괴사, 사지 손실, 청각장애, 뇌 손상 등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질환을 발생시키는 수막구균은 A·B·C·W·X·Y 등 6가지 혈청군으로 나뉜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널리 사용된 백신은 A·C·W·Y를 중심으로 개발·보급돼 왔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B혈청군은 예방 사각지대에 놓였고 최근 들어 감염 비중이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존 백신이 A·C·W·Y 혈청군 중심으로 예방하면서 해당 유형 감염은 감소했지만, 이번 영국 사례처럼 최근 들어 예방되지 않던 B혈청군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B혈청군을 예방하는 백신은 비교적 최근인 2024년에 국내에 도입되면서 전 연령에서 접종률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GSK사의 벡세로는 혈청군 B에 의한 수막구균 질환을 예방하며 생후 2개월 이상부터 접종할 수 있다. 혈청군 A·C·W·Y 예방 백신으로는 멘비오 등이이 있다.
국내에서는 수막구균 백신이 국가예방접종이 아닌 선택 접종으로 시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A·C·W·Y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B혈청군 예방 효과는 없는 만큼, 접종 이력을 확인하고 추가 접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엄 교수는 "특히 기숙사나 군대 등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성인의 경우 예방접종의 필요성이 크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해외 이동과 국제 교류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혈청군 유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유학과 장기 체류, 단체생활을 앞둔 경우라면 예방접종 여부를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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