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환자안전과' 신설 보류…"법 시행 후 인력 증원은 늦어"
복지부, 의료안전환자권리과 신설 행안부와 계속 협의
환자단체연합회 "법 시행 전 체계 마련해야"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보건복지부가 환자의 권익 지원과 권리 보호를 위해 추진하는 전담 조직 신설이 일단 보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최근 복지부가 행정안전부에 요청한 '의료안전환자권리과' 신설을 위한 수시 직제 안이 수용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지난 2월 말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과 환자 권익 지원을 위한 전담 조직으로 10명 규모의 과신설을 요청했다. 구성은 과장 1명과 5급 4명, 6급 4명, 7급 1명이다.
해당 조직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환자기본법과 본회의를 앞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등을 전담해 환자 권리 보장과 의료사고 예방·분쟁 조정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수시 직제가 불발된 주된 이유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아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았고 환자기본법 시행 시점이 2027년 4월인 점 등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법 시행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행정 수요가 이미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환자기본법에 따라 정부는 △5년 단위 환자정책 기본계획 수립 △실태조사 및 정책영향평가 △환자정책위원회 설치·운영 △환자단체 등록 및 관리 △연구사업 수행 등 대규모 신규 업무를 맡게 된다.
하지만 현재 관련 업무는 의료기관정책과 내 일부 인력이 나눠 맡는 상황이다. 의료사고와 환자안전 업무에 투입된 전담 인력은 사실상 1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 시행 전에 시행령 제정과 제도 설계를 마쳐야 하는데 현재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올해 조직과 인력을 확보해야 내년 시행에 맞춰 준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인력을 늘리지 않으면 내년 하반기에나 충원이 이뤄질 텐데, 그때는 이미 법이 시행된 이후라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환자기본법은 환자를 '진료의 객체'가 아닌 '보건의료의 주체'로 규정한 제도다. 환자가 설명을 듣고 결정할 권리, 안전하게 치료받을 권리, 피해 구제 권리 등 12개 권리를 명시한 첫 기본법이다. 다만 정책 실행을 뒷받침할 조직이 없는 상태에서는 권리 보장이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보건의료 정책이 사고 발생 이후 수습 중심이었다면 환자기본법은 예방 중심 관리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사고를 예방할 경우 연간 1500~3000억 원의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분쟁조정 제도와의 연계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환자 권리 보장과 피해 구제 체계가 분리될 경우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고, 환자와 의료인 모두 제도 활용에 혼선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조직 신설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환자단체는 안전과 피해구제 기능을 포괄하는 '환자정책국' 신설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뉴스1에 "의정갈등 동안 의료 공백 사태가 나타난 이유는 결국 환자 중심 의료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환자 중심의 법체계뿐 아니라 이를 추진할 정부 조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이 시행되기 실질적인 준비를 위해서는 지금 조직이 신설돼 준비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행안부와 협의를 이어가며, 향후 정기 직제에 전담 조직 신설을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ur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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