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담배회사 상대 손배소 2심 패소 20일 만에 대법 상고

"흡연-질병 인과관계·제조물 책임 법리 오해"…공개변론·전원합의체 검토 촉구
담배소송 지지 서명 150만 명…의학·보건단체 76곳, 지방의회 86곳 지지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주식회사 케이티앤지 외 3명 손해배상 청구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외 담배회사 3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패소한 지 20일 만에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고 4일 밝혔다.

건보공단은 이번 상고가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 판단, 담배 제조사의 제조물 책임 및 불법행위 책임, 공적 보험자의 비용 부담 구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항소심 판결의 법리적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단은 항소심이 1960~70년대 당시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널리 알려졌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판단을 전개했으나, 해당 시기의 과학적 정보 접근성과 담배회사의 정보 은폐·축소 관행, 국가 규제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객관적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상고심에서 이 같은 전제 아래 이뤄진 책임 판단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담배소송은 폐암(편평세포암·소세포암)과 후두암(편평세포암) 등 흡연 관련성이 높은 암종을 대상으로, 흡연으로 발생한 진료비 부담을 담배 제조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로 제기됐다. 공단은 해당 소송이 개별 분쟁을 넘어 국민 건강권 보호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공공적 의미를 지닌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공단은 소송 과정에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고 밝혔다. 담배소송 지지 서명 캠페인에는 150만 명이 참여했고, 대한가정의학회를 비롯한 76개 국내 전문의학회·보건의료학회 및 의약학 단체가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세종시의회 등 86개 지방의회도 결의안 채택과 성명서 제출 등을 통해 지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담배회사가 단순한 기호품 판매자가 아니라 유해물질을 제조·판매한 주체로서 이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상고심에서 명확히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각종 연구를 근거로 흡연과 폐암 사이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된 만큼, 이에 대한 법적 판단도 보다 분명하게 정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담배회사가 제품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점도 핵심 쟁점으로 제시했다. 공단은 단순한 설명 부족이 아니라, 위험을 인지하고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 문제라고 보고 있다.

공단은 사회적 파급력과 공공성이 큰 사안인 만큼 전원합의체 논의를 통해 종합적·정책적 관점에서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개변론을 통해 쟁점을 투명하게 제시하고, 대법원의 판단과 논의 과정이 국민에게 충분히 공개될 필요성도 촉구했다.

정기석 이사장은 "이번 상고는 승패를 넘어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인식하고 책임을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묻는 과정"이라며 "대법원이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파급력이 큰 이 사안에 대해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단은 앞으로 상고이유서 제출 등 상고심 절차에 성실히 임하는 한편,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