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은 심장을 어떻게 망가뜨리나

고혈압 지속 시 심장 구조 변해…심부전, 부정맥 등 합병증 위험↑
심장 변하고 있는 중에도 증상 없어…"매일 혈압 측정으로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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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고혈압은 흔히 수치의 문제로만 인식된다. 하지만 혈압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심장은 구조 자체가 변한다. 심장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두꺼워지고 단단해지는 이 변화는 결국 심부전과 부정맥 등으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고혈압성 심장질환이라고 부른다.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계속되면 심부전·부정맥·심근경색 등 합병증

1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혈압성 심장질환은 별도의 증상이 없어 조용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이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가슴 통증이나 극심한 호흡곤란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심장 기능이 상당 부분 떨어지고 난 이후일 수 있다. 특히 고령층에서는 숨이 차거나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을 노화로 오해해 병원을 늦게 찾는 사례가 많다.

혈압이 높으면 심장은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기 위해 더 강한 힘으로 수축해야 한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심장 근육, 특히 좌심실이 점점 두꺼워지는 심근 비대가 발생한다. 심장근육이 탄력을 잃어 유연성이 떨어지게 되고, 혈액을 받아들이는 이완 기능이 저하되면서 심부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높은 압력을 받은 심장근육은 비대해지고 늘어나다가 섬유화가 일어나며 질기고 딱딱해진다. 심근에는 심장을 뛰는 기능을 하는 전깃줄 같은 섬유가 있는데, 고혈압으로 인해 심근에 섬유화가 생길 경우 맥박이 불규칙해져 부정맥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고혈압을 제대로 조절하지 않으면 관상동맥이 손상돼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혈압이 높을수록 심장은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게 돼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증가한다. 심장과 연결된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 역시 고혈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제는 고혈압의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심장이 이미 변하고 있는 경우에도 일상에서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숨이 가쁘거나 두근거림, 가벼운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도 '체력이 떨어져서' 혹은 '나이가 들어서'라고 넘기기 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 수는 2020년 671만여 명에서 지난해 760만여 명으로 4년 사이 약 13% 증가했다. 중장년층 이후 유병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데다, 인구 고령화로 환자 수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겨울철 '고혈압 주의'…"중장년, 매일 아침·저녁 혈압 측정으로 예방"

특히 겨울에는 기온이 낮아지면서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쉽게 상승한다. 기존 고혈압 환자뿐 아니라 고혈압 전 단계에 있는 사람도 혈압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 이 시기 혈압 상승이 반복되면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 역시 커진다.

송영우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추운 계절에는 혈관 수축으로 평소보다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40대 이후라면 계절 변화 시기마다 혈압을 자주 확인하고, 이전보다 수치가 올라갔다면 관리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혈압성 심장질환을 예방하려면 혈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 습관 개선과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 나트륨 섭취 제한, 체중 관리, 절주와 금연은 기본이다.

일부 환자는 고혈압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복용을 꺼리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약물치료는 혈압을 낮추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심장과 혈관을 보호하기 위한 치료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 교수는 "생활 습관 개선과 혈압 조절 상태에 따라 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심부전이나 부정맥, 심근경색 같은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예방법은 정기적인 혈압 측정이다. 가정혈압기를 활용해 아침과 저녁 혈압을 꾸준히 기록하면 변화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 140㎜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90㎜Hg 이상일 때 진단된다. 병원에서만 혈압이 높게 나오는 '백의고혈압', 반대로 병원에서는 정상이나 일상에서는 높은 '가면고혈압'도 주의해야 한다. 송 교수는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생활 습관 개선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은 변화만으로도 합병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