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번아웃'…업무 관리 환경 바꿔야"
과도한 업무량, 장시간 노동, 성과 중심 문화 등 원인
"대응 핵심은 더 버티는 게 아니라, 회복 가능한 구조 만드는 것"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퇴근 후에도 업무 메신저 알림을 끄지 못하고 잠에 들어요.""주말이 지나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아요.""집중력이 떨어지고, 예전에는 의미 있던 일에도 점점 냉소적으로 반응해요."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흔히 들리는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피로나 의욕 저하가 아니라 '번아웃 증후군'의 전형적인 양상일 수 있다.
19일 한규만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번아웃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책임과 높은 요구 수준, 통제감 부족, 회복 자원의 결핍이 누적된 직무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며 "역할 수행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쌓이는데도 회복이 어려운 구조가 지속될 때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번아웃 증후군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나타나는 심리적, 정서적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다. 극심한 피로감과 정서적 고갈, 업무에 대한 냉소, 성취감 저하가 주요 특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이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증후군이라며 개인의 성향보다는 스트레스 관리에 실패한 업무 환경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직장에서는 과도한 업무량과 장시간 노동,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 업무에 대한 낮은 통제감 등이 번아웃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업무 강도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질수록 심리적 에너지는 빠르게 고갈된다. 지속적인 피로와 업무에 대한 냉소, 성취감 저하가 일정 기간 이어진다면 단순한 컨디션 문제로 넘기지 말고 자신의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응의 핵심은 '더 버티기'가 아니라 '회복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업무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휴식 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는 등 회복을 전제로 한 업무 조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교수는 "번아웃 상태에서 개인에게 무조건적인 인내나 긍정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신의 소진 신호를 인식하고 회복 여지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혼자 감당하려 하지 않는 태도도 중요하다. 상급자나 동료와의 업무 조정 논의, 조직 내 지원 제도 활용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현실적인 대응이다. 한 교수는 "번아웃은 개인이 혼자 버텨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업무 수행에 지장이 생기거나 수면 장애가 지속되고, 불안·우울 증상이 동반되는 등 소진 상태가 이어진다면 이는 개인의 일시적인 컨디션 문제가 아니라 직무 환경에서 비롯된 번아웃 신호로 볼 수 있다"며 "더 악화하기 전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통한 평가와 개입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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