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회의론 영향 받았나…미국 '홍역' 환자 수 33년만에 최대

작년 1월부터 미국서 홍역 유행…이틀새 100명 확진
지난해 국내 환자는 78명…"최소 출국 2주 전 접종해야"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홍역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33년 만에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역대 최악의 증가세를 보이는 만큼 보건당국은 홍역 유행 국가 방문 시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13일 질병관리청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해 1월부터 시작한 홍역 유행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내 홍역 환자는 2065명으로, 전년(285명)보다 7배 수준이다. 이는 1992년 이후 33년 만에 최대 규모다. 환자의 대다수는 5~17세 아동과 청소년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9일(현지시간) 기준 누적 환자 수가 310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이틀간 확진자만 1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애리조나주와 유타주 등에서 집단감염 의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회의론과 낮아진 예방접종률이 맞물리면서 홍역 유행이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홍역은 공기 전파가 가능한 전염성이 매우 강한 급성 바이러스 질환이다. 면역이 없는 사람이 환자와 접촉할 경우 감염 확률은 90% 이상에 이른다. 잠복기는 7~21일이며, 초기에는 발열, 기침, 콧물, 결막염 등의 증상이 나타난 뒤 얼굴에서 시작해 전신으로 발진이 퍼진다.

국내에서도 홍역은 법정 2급 감염병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2급 감염병은 전파 가능성이 높아 발생 시 24시간 이내 신고와 격리가 의무화된 감염병이다. 지난해 국내 홍역 환자는 78명으로 집계됐으며, 대부분 해외 유입 사례였다.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홍역 확산 조짐이 심상치 않아, 해외 홍역 유행 국가를 방문할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홍역 환자 수는 약 36만 명에 달했다. 지난해 들어 유럽, 중동, 아프리카는 물론 우리 국민의 방문이 잦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홍역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가 발표한 2025년 주요 국가의 홍역 발생률을 보면 몽골은 인구 100만 명당 673.3명으로 가장 높았고, 캄보디아(290.0명), 라오스(145.6명), 필리핀(38.7명), 말레이시아(25.2명) 등이 뒤를 이었다. 베트남에서도 2024년 이후 홍역이 크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홍역은 MMR 백신 접종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1회 접종 시 약 95%, 2회 접종 시 약 97%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국가예방접종 지원 대상인 생후 12~15개월과 4~6세는 총 2회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어면역이 형성되기까지 약 2주가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역 유행 국가 방문 전 최소 2주 전에는 접종을 마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12개월 미만 영아, 임신부,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감염 시 폐렴·중이염·뇌염 등 중증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다. 해당 집단이 있는 가정에서는 해외 방문 후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진료해야 한다. 만약 불가피하게 유행 국가를 방문하는 생후 6~11개월 영아는 출국 전 가속접종을 받을 수 있다.

보건당국은 해외 홍역 유행 국가 방문 후 3주 이내에 발열이나 발진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뒤 의료기관을 찾아 해외 방문 이력을 알리며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홍역 의심 환자는 발진 발생 후 4일까지 격리가 필요해 학교, 유치원, 학원 등 단체시설에서 즉시 등교 중지가 권장된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