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의사 인력 추계위, 지난 정부 답습 말아야…근거 부족시 '단식'"

추계위 2040년 의사 최대 1만 8700명 부족 예측
의협 "통계 분석 방식, 타당성 검증 어려워…투명하게 공개해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감사원 감사로 확인된 의대 정원 증원 위법 추진한 전 대통령 및 관계자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2.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결과를 도출할 시 단식 등 여러 수단으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6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감사원 감사를 통해 지난 2000명 의대 정원 증원 결정 과정이 과학적 근거 없이, 절차적 정당성이 없는 채 진행됐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오늘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정책 논의 과정이 또다시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밟고 있다는 깊은 우려를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추계위에서 활용하는 분석 방식은 통계적 타당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객관적 데이터와 투명한 검증 절차 없이 의대 정원이라는 중대한 정책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부가 이러한 과오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만큼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의료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해 왔으나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은 우리의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에 따르면 추계위는 지난 22일 열린 11차 회의에서 2027학년도 의대 정원과 연계된 의사 수급 추계 결과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추계위는 오는 30일 추가 회의를 열어 수요·공급 추계 결과를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추계위는 지난 9차 회의에서 2040년까지의 의사 수요와 공급을 전망한 결과 2040년 기준 의사 공급 규모를 약 13만 명 수준으로 추산했다. 현재 의대 정원 체계가 유지되고, 의대 졸업자의 약 90%가 임상에 진입하며, 65세 이상 의사의 일정 비율이 은퇴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의료 이용량과 국민 1인당 진료 이용 증가를 반영한 의사 수요는 약 14만 5000명에서 15만 명 수준으로 제시됐다. 이를 토대로 추계위는 2040년 의사 인력이 최소 1만 4000명에서 최대 1만 8000명가량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추계 결과는 과거 정부가 의대 정원 대폭 확대를 추진하며 근거로 제시했던 '중장기 의사 부족 규모'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의료계는 추계 과정과 분석 전제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입원 의료 이용 통계를 둘러싼 해석 차이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의협은 건강보험 자료를 근거로 2000년대 후반 요양병원 제도 변화가 특정 기간 입원일수를 급격히 늘렸고, 이를 포함해 장기 추세를 분석하면 수요가 과도하게 부풀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후 기간만 놓고 보면 입원일수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는 것이다.

의사 수를 단순 인원 기준으로만 계산하는 방식 역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의협은 의사 한 명이 실제로 진료에 투입하는 시간을 고려한 '전일제 환산 인력' 개념을 수급 추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료 형태와 근무 강도가 달라진 상황에서 단순 인원수만으로 공급을 평가하는 것은 왜곡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추계위가 수요 예측에 활용하는 시계열 분석 기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 회장은 "과거 의료 이용 증가 추세를 단순히 연장하는 방식은 기준 시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며 "같은 데이터로도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과 남는다는 결론이 모두 나올 수 있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정부 추계에 대한 별도의 검증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의료정책연구원과 보건의료인력 관련 연구 조직을 중심으로 정부가 제시한 가정과 분석 과정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대안적 추계 결과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의사 인력 문제는 단기간에 수정할 수 없는 장기 정책 과제"라며 "추계 결과와 그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료계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검증 과정을 거쳐야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계위는 추가 회의에서 수요·공급 전망을 정리한 뒤, 이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 교육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정부는 해당 결과를 토대로 2027학년도 의대 정원과 지역 배분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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