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잠은 늘고 기운은 없고"…겨울만 되면 우울한 진짜 이유

2년 이상 특정 계절에 우울감 반복된다면 '계절성 우울증' 의심
단순한 마음 문제 아닌 '빛–생체시계–신경전달물질' 상호작용 이상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겨울만 되면 기운이 없고 잠이 늘어요. 살도 찌고 사람 만나는 게 싫어져요."

해마다 비슷한 시기가 되면 반복되는 무기력과 우울감. 단순히 날씨 탓이라 넘기기 쉽지만, 이런 경험이 계절과 함께 2년 이상 반복된다면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계절성 우울증은 특정 계절에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우울 증상이다. 대부분 가을이나 겨울에 시작해 봄이 되면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에서는 별도의 질환이라기보다 주요우울장애의 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보편적인 우울증과 다른 '계절성 우울증'

계절성 우울증은 보편적인 주요 우울증과 달리 비정형적인(atypical) 증상이 두드러진다. 김현주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특히 겨울에 심해지는 계절성 우울증은 에너지 저하, 과다 수면, 탄수화물 갈구, 과식, 체중 증가가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머리가 맑지 않고 생각 속도가 전반적으로 느려지는 인지적 둔화도 자주 동반된다.

유병의 양상도 다르다. 고위도 지방에 거주할수록 유병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여성에서 남성보다 3~4배 더 흔하게 나타난다. 연령이 어릴수록 위험도가 높은 편이다. 중장년, 노년층보다 10대 후반에서 30대 청년층에서 발생이 많다.

계절성 우울증의 핵심 기전은 빛과 생체리듬의 변화다. 일주기 리듬의 불균형, 멜라토닌 분비 이상, 세로토닌 기능 저하가 주요 기전으로 꼽힌다.

겨울이 되면 낮의 길이가 짧아져 일조량이 감소하는데, 이때 생체시계가 지연되며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는 증가, 기분 조절과 식욕 등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활성도는 저하한다. 멜라토닌이 증가하며 졸림과 무기력을 유발하게 되고, 세로토닌이 줄며 우울감과 식욕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계절성 우울증은 단순한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빛–생체시계–신경전달물질'의 상호작용 이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생물학적 현상이다.

치료의 핵심은 '빛'과 '리듬' 회복

계절성 우울증 치료의 1차 선택은 빛 치료(light therapy)다. 아침 시간에 1만 lux 밝기의 인공조명을 20~30분간 쬐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수 주 내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광치교는 생체시계를 원래대로 맞추고,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하는 효과가 있다.

약물치료로는 특히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 항우울제가 효과적이며, 재발이 잦은 경우 특정 계절이 시작되기 전 예방적으로 투약하기도 한다. 인지행동치료도 계절에 대한 부정적 기대와 활동 감소 패턴을 교정해 장기적인 재발 예방에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수면–각성 리듬을 조절하는 행동적 개입, 즉 일정한 기상 시간 유지와 아침 활동 증가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상의 규칙성'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낮 동안 20~30분 정도 적절한 빛을 보고 6~7시간 정도 충분히 자는 게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데 도움 된다"라면서 과수면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겨울에는 수면시간이 늘어나는 경우가 흔한데, 오히려 과하게 잠을 자는 습관은 감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 "더 자고 싶어도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평소와 비슷하게 일어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신체활동도 습관을 들여야 한다. 겨울에는 활동량이 줄기 쉬운데, 하루 20~30분이라도 집 밖으로 나가 걷는 습관은 계절성 우울증 예방에 도움 된다. 김 교수는 "기분이 좋아져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면서 기분이 조절되는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