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효과성 가장 강력한 '국산 탄저백신' 첫 출하…자급화 성공

28년만의 결실…8일 GC녹십자 화순공장서 첫 출하
세계 최초 유전자 재조합 방식…생물테러 위협 능동 대비

8일 전남 화순 GC녹십자 화순공장에서 세계 최초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 첫 출하를 기념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8/뉴스1

(화순=뉴스1) 조유리 기자

"제39호 국산 신약, 세계 최초 유전자 재조합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 첫 출하"

8일 전남 화순에 위치한 GC녹십자 공장 앞 차량에 붙은 플래카드에는 이러한 문구가 적혀있었다. 1997년 기초 연구를 시작으로 28년여 간의 시험·개발 끝에 지난 4월 허가를 취득한 '배리트락스주'가 이날 세상에 공식적으로 나왔다.

이날 화순공장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아카데미에서 질병청과 GC녹십자는 탄저백신 개발 과정과 성과를 공유했다.

배리트락스주는 질병관리청과 GC녹십자가 공동 개발한 백신으로, 국내 제39번째 신약이면서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재조합해 개발됐다는 특징이 있다.

탄저병은 탄저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법정 1급 감염병으로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공통으로 전염되는 질환이다. 피부와 위장관 또는 흡입으로 감염되며 특히 호흡기를 통해 감염됐을 경우 치사율은 97%에 달한다. 항생제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지만 60일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

국내에서는 2000년 8월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 이후 발생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등 지역에서는 풍토병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지난 2001년 9·11테러 당시 탄저균을 이용한 테러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는 등 생물테러 위협이 사라지지 않아, 예방 차원에서의 백신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었다.

8일 전남 화순 GC녹십자 공장에서 배리트락스주 백신 샘플이 나오는 모습. 2025.12.9/뉴스1

그간 탄저백신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는데, 배리트락스주가 국내 자급됨에 따라 생물테러 위협과 감염병 재난 상황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비하게 될 수 있게 됐다.

김갑정 진단분석 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탄저백신은 미국이 독점하고 있는데 이번에 한국이 재조합 백신을 자체 개발하고 생산하게 되며 안정적인 백신 공급이 가능해졌고, 백신 주권 확립에 기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신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탄저균으로 인한 생물테러 발생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점에서 보건 안보 역량과 위상 또한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무엇보다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효과성)에서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배리트락스주는 미국과 영국에서 개발된 백신과 제조 방식이 다르다. 세계 최초로 탄저균의 방어항원(Protective Antigen) 단백질을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8일 전남 화순 GC녹십자 화순공장에서 김갑정 질병청 진단분석국장이 배리트락스주 개발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질병청 제공)

정윤석 고위험병원체분석과 과장은 "병원성을 가지고 있는 탄저균을 직접 사용하는 게 아니라, 독성을 완전히 배제한 형태의 방어 항원 단백질만 정제해 안전성과 효과성이 높다"고 전했다. 실제 비임상·임상시험에서 우수한 안전성과 강력한 면역원성이 입증됐다.

탄저백신의 자체 개발, 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명 비축물자관리과장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순수 단가만 계산하더라도 수십 분의 1 수준"이라고 전했다.

필요시 신속하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도 경쟁력을 갖는다. 정재욱 GC녹십자 부문장은 "연간 최대 1000만 도즈, 1인당 4회 접종 기준으로 250만 명이 접종할 수 있는 규모를 제조할 수 있다"고 했다. 백신 주문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기간은 총 6개월 정도 소요된다. 시험 공정 기간을 제외한, 원액 배양부터 샘플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주다.

질병청과 GC녹십자는 백신 유효기간의 확보와 적용 범위 확대를 위해 품목 갱신 유지 기간 동안 추가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현재는 유효기간이 24개월이다.

이날 임승관 질병청장은 "국산 탄저백신의 첫 출하는 국가기관과 민간기업이 긴밀한 협력으로 이뤄낸 국가적 성과"라며 "감염병 및 생물테러 위기 상황에 대비한 백신 비축 계획을 보다 견고하고 체계적으로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이 8일 전남 화순 GC녹십자 화순공장에서 세계 최초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 첫 출하 기념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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