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바로 서서 걸으면 통증이 심해지는 척추관 협착증

최인재 서울센트럴병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전북 정읍시 내장산 일대 등산객들 / 뉴스1 문채연 기자 ⓒ News1 문채연 기자

선선한 날씨에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든 풍경으로 야외 활동을 하기 좋은 계절에 정상까지의 등산도 어렵지 않게 하던 분들이 멀지 않은 거리를 걷기도 힘들고, 오래 서 있기만 해도 다리가 심하게 당기거나 저리고 쥐나 나는 듯한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100세 시대에 50대가 많은 나이대라고 하기에 애매하지만, 이 연령대부터 척추퇴행성 질환인 척추관협착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아진다.

우리 몸의 기둥 역할을 하는 척추는 머리에서 팔다리로 이어지는 신경의 중심 통로 역할도 한다. 기둥이자 통로 역할을 하는 척추의 주변 조직 중에 재생 능력이 떨어져 나이가 들수록 오래 쓴 타이어와 같이 마모되어 가는 디스크 같은 조직도 있고, 약해지는 기둥을 어떻게든 보강해 보려고 두꺼워지는 황색인대와 척추뼈 같은 조직도 있다. 두꺼워진 조직들이 척추 신경이 지나가는 길인 척추관을 좁아지게 만들어 발생하는 질환이 척추관협착증이다.

최인재 서울센트럴병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우리몸의 기둥 척추관, 두꺼워진 조직이 척추관 좁게 만들어

척추관이 좁아지는 속도는 비교적 느려서, 디스크 파열과 같이 갑자기 증상이 심해지지는 않지만, 척추관을 좁아지게 하는 바로 선 자세 등에서 척추 신경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허리를 굽혀야 겨우 걸을 수 있거나 쪼그리고 앉아야 통증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척추관협착증은 우리 몸의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아주 심각한 병은 아니다. 하지만 척추 질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할 경우, 당장의 통증을 피하기 위해 허리에 나쁜 자세를 지속해서 취하게 되고 꾸준히 하던 운동을 못하게 되어 장기적으로 퇴행성 척추 질환의 악화를 더 빠르게 하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초기에는 적절한 약물 치료와 물리 치료 등으로 통증이 조절되며, 바른 자세 유지와 척추 주변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을 열심히 하면 상당 기간 일상생활에 지장 없이 지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치료를 2주 이상 적극적으로 받았지만, 통증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MRI 검사 등으로 척추 신경과 주변 조직의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검사에서 척추 신경이 많이 눌려 있는 위치가 확인되면, 그 부위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신경 주사 치료나 유착을 경감시키는 시술 등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황색인대나 척추뼈가 심하게 두꺼워져 신경을 심하게 누르는 경우에는 척추 내시경을 이용하여 척추관을 넓혀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광학 기술과 기계 공학의 발달로 이전보다 훨씬 작은 기구를 이용하더라도 좋은 시야와 단단한 조직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게 되어, 척추내시경 장비로 척추 신경을 누르는 인대와 뼈조직을 제거하여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도로 상판을 크게 파내지 않고도 지하철 공사를 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게 작은 절개로 신체에 부담이 덜 가도록 하면서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할 수 있는 좋을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척추관 협착증은 퇴행성질환으로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으로 누구도 피해 갈 수는 없다. 척추는 여러 마디로 이루어져 있어 문제가 있는 마디를 수술하더라도 다른 마디에서 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로 악순환의 고리를 잘 끊은 후 내 몸을 100세까지 소중히 관리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바른 자세에 신경 쓰면서 열심히 척추 주위 근육에 좋은 운동을 한다면 90대에도 꼿꼿한 허리로 여행을 다니는 멋진 100세 시대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우리의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h99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