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만의 심장병 위험요인?…10명 중 1명만 알고 있었다

고대병원·국립보건연, 성인 2003명 대상 인식 조사 결과 발표
박성미 교수 "진단 늦어지면 치명적 결과…기준 바꿔야"

11월28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메디힐홀에서 열린 '2025 K-STAR 심포지엄'에서 의료진과 국립보건연구원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고대의료원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심혈관질환에서 남성과 여성 간 증상과 치료 반응이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10명 중 1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로제타홀 여성심장센터와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달 28일 병원 내 메디힐홀에서 '2025 K-STAR 심포지엄'을 열고 성인 2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혈관질환 성별 차이인지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심포지엄에는 국내외 전문가 30여 명이 참석해 병태생리, 임상진단, 빅데이터 기반 분석 등 성차를 고려한 진단·치료 접근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14일부터 31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20~80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온라인과 전화 병행 방식으로 진행됐다. 설문 문항은 발생원인, 증상, 진단, 치료, 예방, 정보 접근성 등 심혈관질환 전반에 걸쳐 구성됐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여성에게도 심혈관질환이 주요 사망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비율은 20.0%였으며, 증상이 남성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한 비율은 10.3%에 그쳤다. 성별에 따라 치료 약물 및 시술의 효과와 부작용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8.0%로 나타났다.

여성 특이 심혈관 위험 인자(임신성 고혈압, 조기 폐경 등)에 대한 인지율은 13.7%였고, 최근 1년간 관련 정보를 접한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68.8%에 달했다. 반면, 전체 응답자의 60.3%는 성별 차이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과 예방·치료 접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성별, 연령, 소득, 질환 진단 여부, 흡연·음주 여부, 가족력 유무에 따라 인지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여성의 주요 사망 원인에 심혈관질환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비율은 여성 21.5%, 남성 18.5%였으며, 연령별로는 60대, 지역별로는 전북 거주자의 인지율이 높았다.

세션별 발표에서는 △비전통적 위험 인자와 심부전 분류 △일본의 성·젠더 기반 진료지침 △이상지질혈증 관리의 성차 △한국어 흉통 표현의 남녀 차이 △성차 기반 임상연구 전략 등 국내외 사례가 공유됐다.

박성미 고려대 안암병원 로제타홀 여성심장센터장은 "심혈관질환은 남성과 여성에서 양상이 다르며,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진단과 치료가 지연돼 중대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조사와 심포지엄이 성차 기반 진료지침 마련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현영 전 국립보건연구원 원장은 "이번 조사는 성별 맞춤형 심혈관질환 관리 필요성을 확인한 결과"라며 "예방부터 진단, 치료 전 과정에 걸쳐 성차를 반영한 국가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로제타홀 여성심장센터는 국내 최초의 공식 여성심장센터로, 예방·진단·치료·연구를 통합한 성별 맞춤형 진료 모델을 운영 중이다. 고려대와 국립보건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성차 기반 교육 프로그램 개발 △심혈관 건강 정보 제공 확대 △진료지침 수립을 위한 후속 연구를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