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치질로 착각하는 '이 암'…주요 적신호는

한국인 조기 직장암 발병 '세계 5위'…정기검진 꼭 받아야
잔변감, 변비, 복부 불편감 등 나타나…치질로 오인하기도

ⓒ News1 DB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지난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조기 직장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5개 국가에 포함됐다. 세계적으로 직장암의 발병이 늘고 있지만 최근 5년 동안 조기 발병률이 크게 뛰고 있다는 점에서 나이를 불문하고 한국인의 장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5년 동안 한국인 '직장암 조기 발병'↑…젊은 층 장 건강 '빨간불'

대장은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에서 수분을 흡수하고 찌꺼기는 보관해, 대변의 형태로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직장은 대장 끝에서 항문과 가까운 15㎝ 구간으로, 직장암은 해당 부위에 생긴 악성 종양을 말한다. 전체 대장암은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많이 발생하며, 사망률은 3위로 치명률도 높다.

직장암의 발병 원인은 통상 대장암의 원인과 같으며, 붉은 육류·가공육 과다 섭취, 음주·흡연, 비만, 운동 부족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 주요 원인이다. 이 중에서도 동물성 지방의 과도한 섭취는 지금까지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붉은색을 띤 육류를 통해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간에서 콜레스테롤과 담즙산의 생성·분비가 증가해 대장 내 담즙산의 양이 많아진다. 대장 속 세균들은 이를 분해해 2차 담즙산과 콜레스테롤 대사 산물 및 독성 대사산물을 만드는데 이 물질이 대장세포를 손상하는 과정에서 감수성을 높인다.

대장 용종 병력, 염증성 장 질환(궤양성 대장염·크론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영향을 준다. 일부는 유전적 요인과도 관련이 있어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FAP), 린치 증후군 등에서 발병률이 높다.

변비·설사·혈변·체중 감소 등 나타나…치질로 오인 쉬워

직장암은 초기에, 눈에 띄는 증상이 없어 발견이 늦는 경우가 많다. 직장암은 항문과 가까운 부위에 발생하기 때문에 증상에서도 다른 대장암과 차이를 보인다. 변 굵기가 가늘어지거나 배변 후에도 잔변감이 남는 경우가 흔하며 변비와 가스, 설사, 복부 불편감, 복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혈변·점액변이 동반돼 치질로 오인하기 쉽다. 이 외에도 직장 부위 통증, 배변 시 출혈, 빈혈,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악취와 피고름이 있는 변이나 점액 배출 등이 있을 경우는 상태가 많이 진행했을 수 있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직장암 치료는 일반적으로 수술적 접근으로 이뤄진다. 전이가 없을 경우 내시경으로 절제할 수 있지만, 침습적 암 조직이 있거나 완전한 제거가 어려울 경우 수술을 진행한다. 직장은 해부학적으로 골반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배뇨와 성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이 밀집돼 있어 기능 보존을 고려한 정밀한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종양 위치에 따라 항문 보존 여부가 달라져 수술 후 환자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수술 방식도 세밀하게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는 장루를 설치해 수술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저위 전방 절제술(LAR), 괄약근간절제술(ISR), 경항문 국소절제술(TAMIS/TEMS) 등 항문을 보존하는 수술법이 발달해 장루 설치를 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장루를 만들지 않으면 평생 관리 부담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의 불편이 크게 줄고,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도 긍정적이다. 복강경·로봇을 활용한 최소 침습수술이 활발히 시행되면서 통증과 회복 부담을 줄이고, 좁은 골반에서도 신경을 정밀하게 보존할 수 있게 됐다.

'정기검진' 가장 확실한 예방법…만 50세 이상 매해 분변잠혈검사 무료 실시

항암·방사선 치료는 병기에 따라 병행된다. 진행성 직장암에서는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로 종양 크기를 줄여 수술 성공률을 높인다. 이하영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외과 교수는 직장암은 치료 후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므로 기능 보존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술한 다음에는 좌욕과 약물치료,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 충분한 수분 섭취로 배변 습관을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골반저근 재활운동 같은 전문 재활치료를 병행하면 배변·배뇨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과 변비 예방은 재발 방지의 핵심이며 금연·절주 같은 생활습관 개선은 대장암 전체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며 "치료 이후의 생활 관리가 환자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만큼, 꾸준한 추적검사와 재활·생활습관 관리가 필수"라고 당부했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정기검진이다. 국가암검진사업에서는 만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무료로 실시하고, 이상 소견 시 대장내시경을 권고한다. 대장내시경은 전암성 병변인 용종을 즉시 제거할 수 있어 예방과 조기 치료에 효과적이다. 가족력이나 용종 병력, 염증성 장 질환 같은 고위험군은 50세 이전부터 검진이 권장된다. 직장암은 전파 전 조기 제거할 경우 치료 가능성이 높다. 치질과 변비와 같은 증상이 있을 시 병원에서 정확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