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멈출 수 없어"…감사원 지적에 시민단체 '반박'

경실련·보건의료노조 등 "의사 부족 현실 외면 말아야"
지역의사제·공공의대로 공공성 보완해야…기계적 절차론 경계

27일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 핵심 근거인 부족 의사 수 추계가 부정확하고 의사단체의 의견수렴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 과정도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의과대학의 모습. 2025.11.27/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과정에 절차적 미흡을 지적한 가운데, 시민단체가 "의대 증원은 멈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정책 중단 시도를 경계하고 나섰다.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경실련·보건의료노조·한국노총·환자단체연합)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의대 증원 자체를 부정하는 명분으로 악용되어선 안 된다"며 "이제는 더 정교하고 단단한 의료 개혁을 완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감사원은 이날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복지부의 증원안을 받을 때마다 "더 많이"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증원 규모가 500명에서 2000명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복지부가 정확한 추계 없이 대통령실의 요구에 따라 증원안을 조정했다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의 구두 지시가 증원 정책에 영향을 미친 점은 분명하나, 그 배경에는 실명 위기 환자를 비롯해 필수의료가 무너지는 절박한 현장이 있었다"며 "오히려 수십 년간 늘리지 못했던 의사 정원을 강행한 결정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OECD 통계로도 반복 입증됐고, 병원에서는 의사 이탈로 인해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공공병원은 의사를 구하지 못해 진료를 중단하고, 비급여 중심의 의원 진료가 급증하면서 재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의사 수 추계의 논리적 정합성과 의견 수렴 절차, 교육 여건 평가 등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과거 어느 정부도 의사단체의 반대 속에서 수급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의사단체와의 합의를 전제로 정책을 중단하라는 것은 기계적 해석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의사단체는 인구 감소, 정년 없음 등을 이유로 증원을 반대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역과 병원을 외면하고 비급여 중심 개원시장으로 유출되는 구조를 방치한 셈"이라며 "이대로라면 증원된 인력도 수도권과 비급여시장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연대회의는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정부는 교육 여건과 배치 계획의 타당성 확보라는 감사원의 지적을 수용하되, 증원 자체를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늘어난 의사들이 지역과 필수의료 현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공공성을 강화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수급추계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시민사회가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