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초진' 어디까지 허용하나…의사·약사·플랫폼은 이렇게 다르다
의료계 "대면 원칙 흔들려선 안 돼"…플랫폼 "접근성 개선 필요"
복지부 "생활권 불일치 고려한 조정"…세부 기준은 하위법령서 결정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코로나 팬데믹 시기와 의정갈등 사태 때 시범 운영했던 '비대면 진료'가 본사업 전환을 앞두고 의료계·플랫폼업계·시민단체의 반응이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거주지–의료기관 동일 지역' 기준을 광역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접근성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과 안전성·책임 부담을 우려하는 의견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의료법 개정안은 대면진료 원칙을 유지하되 일정 기간 내 동일 증상에 대한 대면 기록이 있는 경우에만 비대면 재진을 허용하도록 했다. 해당 법안은 전날 본회의 상정 대상에는 제외됐지만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정부의 중장기 정책 방향으로 설정돼 있는 만큼 조만간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비대면 진료를 본사업으로 전환하는 절차는 의료법 개정과 보건의료 전달체계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입법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초진 제한 범위를 유지하면서도 접근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어느 수준의 지역 단위를 인정할지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비대면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과 거주지·생활권 불일치를 고려해 광역 단위 설정을 검토 중"이라며 "전문가 논의를 거쳐 세부 범위를 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안전성 확보·전달체계 정비·플랫폼 규제 개편'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의료계는 광역 단위가 도입되면 "초진 문턱이 사실상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법안은 의료의 안전성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다는 본질적 한계로 의료계뿐 아니라 환자와 국민 사이에서도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대면진료 원칙, 재진 환자 중심,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운영, 비대면 전담기관 금지 등 4대 원칙을 법률에 보다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진료과별 입장차가 뚜렷하다. 정신건강의학과는 광역 단위 검토를 현실적 조정으로 보는 분위기다. 문진·상담 중심 진료 특성상 접근성 확대가 치료 지속성과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전문의는 "초진의 대면 원칙은 유지돼야 하지만 생활권 단위 조정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비대면 초진 도입 자체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외과계는 수술 적응증 판단이나 창상 상태 확인처럼 대면 평가가 필수적인 영역에서 "비대면 초진이 확대되면 오진·지연진단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과 역시 "아이들은 자각 증상 전달이 정확하지 않아 비대면 초진은 안정성 확보가 어렵다"며 광역 단위 허용에 부정적이다.
내과는 조건부 찬성 입장이다. 고혈압·당뇨·갑상선질환·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관리에 생활권 기반 접근성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종합병원 내과 교수는 "초진의 대면 원칙은 유지돼야 하지만 생활권 단위의 검토는 가능하다"며 "특히 1차의료에 경증 환자가 집중되면 지역 의료전달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약사단체는 광역 단위 초진 허용이 향후 처방전 이동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개정안은 마약류·오남용 우려 의약품의 비대면 처방을 금지했으며, 약 배송 또한 특정 취약군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초진 환자는 복약지도 과정에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광역 단위 허용이 장기적으로 약 배송 확대 논의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업계는 광역 단위 검토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중개매체 신고수리제, 인증제 도입, 의료광고 심의 대상 포함, 의료기관·약국 추천·유인 금지 등 강도 높은 규제가 담겼다. 업계는 이 같은 규제 환경에서도 "생활권 기반 초진 허용 검토는 접근성 확대의 신호"라며 "초진 제한이 유지되더라도 플랫폼 이용자 기반 확장은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시민단체는 비대면진료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의료민영화저지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입장문을 통해 "영리 플랫폼이 의료서비스 중개에 참여하는 구조는 건강보험 재정과 충돌할 수 있다"며 "공공 플랫폼 병행 조항만으로는 안전장치가 되기 어렵고, 영리 플랫폼이 의료기관 진입 관문이 되면 진료비 증가나 보험재정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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