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 안정 정착하려면…'수련환경·정주여건' 개선 관건
국회 본회의 의결만 남아…이르면 2027년 입시부터 시행
"자녀 교육, 학회 등도 수도권과 차이 커"…현실 문제 극복해야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지역 필수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의사제'가 제도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법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주 여건 마련'과 '수련환경 개선'이 제도 안착의 핵심으로 파악된다.
29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지역의사제)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데다, 여야 합의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만큼 본회의 통과도 무난할 전망이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이르면 2027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지역의사 선발전형이 치러질 전망이다. 정부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회에서 지역의사제 선발 비율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예정이다.
법안은 지역 의과대학 입학 정원의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해 학비·기숙사비 등을 국가가 지원하는 대신, 의사 면허를 취득한 다음 10년간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정 비율은 해당 지역의 중·고교 졸업자로 채우며,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이 다른 지역에서 전공의 과정을 끝낼 경우, 전문의를 취득한 후 10년간 다시 원래 지역으로 돌아와 근무해야 한다.
만약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지원받은 비용에 법정이율을 적용한 반환금을 납부해야 하며, 복지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시정명령을 내려 면허를 정지할 수 있다.
의무복무 기간에는 병역과 전공의 수련 기간이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의무복무 지역 내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밟는 시 전공과목에 따라 50~100%를 복무기간으로 인정한다.
국민 대부분은 지역의사제를 찬성하고 있다. 최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7%는 '지역의사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13.2%, '모르겠다'는 응답은 9.8%로 나타났다.
환자 단체는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지방에는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중증질환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해 환자는 '진료할 의사가 없다'는 말을 듣고 수도권까지 이동해야 하는 상황을 반복해 왔다"며 "지역에 살아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지지의 뜻을 밝혔다.
'서울 원정 진료',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해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정주 여건 마련'과 '수련환경 개선' 등 현실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무엇보다 지역 의료기관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법제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전문과별 인력 수요 예측이나 지역 의료기관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채 법제화가 진행됐다"며 "법으로 의무복무를 강제하는 방식은 의료인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료 문제의 핵심은 정주 여건과 의료 인프라의 격차"라며 "지역에서 의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별도의 지역 수가 신설 등 보상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사들도 '정주 여건 마련'과 '수련 환경 개선'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강원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지역의사제와 비슷한 성격의 '지역 필수의사제'로 근무 중인 전문의 A 씨는 이미 자녀 교육과 학회 활동 등의 어려움을 겪는 지역 의사들이 많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수도권으로 가려는 열망만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현재 지역 필수의사제로 근무하는 의사들은 계약 규정상 3개월 이상 지역을 떠나 연수를 받는 경우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해외연수와 같은 상당 기간 교육 참여가 필요한 경우에도 지원금 중지 또는 반환, 계약 해지가 이뤄질 수 있어 체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주요 학회 행사가 수도권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연수도 수도권 및 해외에서 받는 경우가 많다.
수련 환경의 차이도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에 더 다양한 환자가 모이다 보니 실습 때도 (지역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환자들의 지역의료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수련을 받는 젊은 의사들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젊은 의사들 시선에서는 의료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된 의사들을 교육할 의료기관과 지도전문의가 없다면 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수련 환경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직업 선택·거주 이전의 자유'라는 헌법을 침해한다는 비판과 함께 행정 처분 등의 방식이 양질의 지역 의료를 만드는 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협 관계자 B 씨는 "의무 복무를 강제하고 이를 어길 시 면허 취소와 같은 강력한 행정 처분을 내리는 방식은 오히려 우수한 인재들이 지역 의료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역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지역의 필수·중증·응급 의료를 실질적으로 감당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제도를 통해 배출되는 의사의 명확한 신분에 대한 보장, 배치 및 징계 과정의 투명성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병원의 근무 환경 개선과 수가 등 실질적인 지원·보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한뜻으로 공감했다. 중도 이탈 등을 막기 위해 현실을 반영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역의사제 통과 시 지역 간 의료인력의 수급 불균형과 지역 간 의료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법안이 국회 복지위를 통과한 이후 "지역의사제 근거 마련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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