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입원' 가족 만족도 2.4점↑…간호사 주도 모델 첫 입증 [김규빈의 저널톡]
스위스 885명 임상시험…대규모 다기관 연구서 첫 확인
패밀리 널스, 치료 절차 설명·의사결정 참여 개선…"임상 가치 높아"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중환자실(ICU)에 입원한 환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전담간호사가 직접 가족을 지원하는 모델이 가족 만족도와 의사소통의 질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안·혼란 같은 정서·인지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두드러져, 중환자 돌봄에서 가족 지원이 치료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근거가 생긴 셈이다.
17일 스위스 취리히대·베른대 연구진이 지난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스위스 12개 병원·16개 성인 ICU에서 48시간 이상 입원한 중증환자의 가족 8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중재군 412명, 대조군 473명이 참여했다. 가족 만족도는 0~5점, 정서·인지 지원은 14~70점 범위의 표준 설문으로 평가했다.
연구진은 ICU에 입실한 환자의 가족이 겪는 '정보 부족·의사결정 스트레스·감정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간호사가 가족과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지원하는 '패밀리 너스(Family Nurse)' 모델을 적용해 무작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패밀리 너스는 가족 면담, 치료 절차 설명, 심리적 지지, 의료진 간 정보 조율을 맡는 간호사로, 가족이 치료 방향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 결과, 가족 만족도는 중재군이 평균 81.78점, 대조군이 79.39점으로 2.39점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만족도 역시 중재군이 대조군보다 2.84점 높았으며, 치료 절차 설명의 명확성, 의료진 간 전달 내용의 일관성,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족이 느끼는 정서적 안정까지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전에 중환자실에 언제 입원할 수 있는지 등을 가족에게 알려준 경우 효과가 더 컸지만, 대부분 환자가 갑작스러운 상태 악화로 입실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인지 지원 점수는 개선 폭이 특히 컸다. 이는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가족이 느끼는 불안·공포·혼란을 줄이는 데 간호사 중심 지원이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재군 가족들은 "치료 설명을 기다리지 않아도 돼 불안이 덜했다", "ICU 일정과 치료 계획을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의료진마다 설명이 달라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줄었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간호사가 가족의 첫 창구가 되면 의사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이 줄게될 것"이라며 "중환자실 가족지원은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치료의 질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결과는 ICU 가족지원 개입을 여러 병원에서 동시에 검증한 첫 대규모 연구"라며 "간호사가 치료 과정의 조정자·교육자·심리적 지지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때 가족의 기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 내과학저널(JAMA Internal Medicine) 3월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