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어머니 병간호한 딸, 뇌사 후 5명 살리고 떠났다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진 40대 두 아이 엄마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다섯 생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16년 넘게 어머니를 병간호하며 가족을 돌본 삶이 마지막까지 나눔으로 이어졌다.

25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고(故) 이지원 씨(45)는 지난 9월 6일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심장, 폐, 간, 신장(양쪽)을 기증했다.

이 씨는 지난 8월 12일 갑작스러운 두통으로 쓰러져 119로 병원에 이송됐다. 그러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 씨의 가족들은 아직 어린아이들을 생각하면 이 씨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 일어나기만을 간절히 희망했다. 하지만 의료진의 말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이 씨의 몸이 눈에 띄게 안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고, 갑자기 이 씨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무척 괴로웠다.

가족들은 이 씨가 어디선가 살아 숨 쉬길 바라는 마음과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엄마의 마지막을 기억할 때 다른 생명을 살리고 간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 씨는 밝고 다정한 성격으로 어려운 사람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었다.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다 결혼 후 1남 1녀를 키우며 가정을 꾸렸고, 2007년 뇌출혈로 쓰러진 어머니를 16년 넘게 병간호하며 가족 곁을 지켜왔다.

이 씨의 남편 서준혁 씨는 "사랑하는 아내 지원아. 언젠가 바람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네 소원이 이루어졌을까. 하늘에서 우리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어. 가족을 위해 고생했고, 너의 사랑 오래 기억할게. 정말 사랑해"라며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주신 기증자 이지원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에 감사드린다"며 "기증자와 유가족의 사랑이 다른 생명을 살리는 희망으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