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심장·항암제 실험도 우주에서…한국형 우주의학 시대 연다

박찬흠 한림대 교수, '바이오캐비닛'으로 인공 심장 3D 프린팅 실험
누리호 4차 발사 통해 국내 첫 우주 바이오 실험 장비 탑재

박찬흠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차세대중형위성 3호기에 탑재되는 '바이오캐비넷’의 기능을 연구실에서 설명하고 있다.(한림대의료원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우주 미세중력 환경에서 인공 심장을 자동으로 프린팅하고 배양하는 첫 우주 바이오 실험에 나선다. 생체 조직을 우주에서 제작해 지구로 가져오는 고난도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한국형 우주의생명공학 시대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24일 한림대의료원에 따르면 박찬흠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한림대 나노바이오재생의학연구소장) 연구팀이 개발한 우주 생물학 실험 장치 '바이오캐비닛'은 오는 27일 누리호 4차 발사를 통해 차세대중형위성 3호기에 실려 고도 600km 궤도로 이동한다.

바이오캐비닛은 3D 바이오프린터와 줄기세포 자동 배양 시스템을 통합한 장치로, 우주 환경에서 인공 심장 조직을 제작하고 기능을 관찰하는 생명과학 실험 플랫폼이다.

총무게 55kg의 바이오캐비닛은 미세중력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내부에는 두 개의 바이오 모듈이 탑재돼 있다. 첫 번째 모듈은 역분화 심장 줄기세포를 이용해 실제로 박동하는 인공 심장을 3D 프린팅하고, 이를 관찰한다. 두 번째 모듈은 편도 유래 줄기세포를 활용해 혈관세포로 분화시키고, 혈관 생성과 반응성을 분석한다.

박 교수는 "이번 실험은 단순한 위성 탑재가 아니라, 우주 환경에서 인공 심장이 형성되고 기능하는 전 과정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이라며 "지상에서는 중력 때문에 세포 구조가 망가지는 일이 많지만, 우주에서는 완전한 3차원 조직 구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상·재건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이비인후과 의사 출신이다. 2010년 세계 최초로 실크 단백질 기반 인공 고막을 개발했으며, 복잡한 장기인 심장·간을 3D 프린팅하려면 우주 환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연구에 나섰다. 그는 "의사가 왜 우주 연구를 하느냐는 회의적 시선도 많았지만, 수년간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을 오가며 설득했다"며 "마침내 누리호 탑재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방사선 차폐, 온도·압력 조절, 멸균 방식까지 장치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직접 설계했다. 실험 장치는 발사 충격과 미세중력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완전 자동화 구조로 제작됐다.

오는 2027년에는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을 우주에서 배양하고 항암제 반응을 관찰하는 '바이오렉스(BioRex)' 위성도 발사할 예정이다. 이 위성은 지구 궤도를 9개월간 돌며 실험한 뒤, 결과물을 담은 캡슐을 지구로 귀환시킨다. 국내에서 생명과학 실험 장비를 탑재한 귀환형 위성이 발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교수는 "우주에서는 암세포의 공격성이 낮아지고, 항암제가 더 잘 듣는다는 보고가 있다"며 "이를 활용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진입 기술이 필요한 만큼 실패 가능성도 있지만, 시도 자체가 데이터 축적과 기술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항암제 결정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머크(Merck)는 우주 환경을 활용해 키트루다의 고순도 결정화를 시도 중이다. 박 교수는 "지상에서는 균일한 결정 생성이 어렵지만, 우주에서는 99.9% 순도의 단일 결정이 만들어진다"며 "향후 우주에서 약물 생산과 장기 프린팅이 일상화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주는 인류의 연구실"이라며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교수팀은 바이오캐비닛 외에도 인공 간 제작용 바이오리브(BioLiv), 우주 미생물 분석용 바이오딥(BioDeep), 달·화성 환경 실험용 바이오루나(BioLuna)·바이오마스(BioMars) 등 다양한 후속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