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해상 여객선 좌초 '심리 후유증'…"호흡법으로 불안 완화"

급성 스트레스 반응 및 PTSD…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어
복식호흡 1회 10분간 하루 3번…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중요

전남 신안 해상에서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20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삼학부두에 정박해 있다. 사진은 사고 부위의 모습. 2025.11.20/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전날 밤 전남 신안 해상에서 260여 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좌초했지만 3시간 10분 만에 승객 전원이 구조됐다. 다만 당시 충격으로 27명이 통증을 호소했으며, 승객들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힘겨운 밤을 지새웠다. 전문가들은 사고 직후에는 불안과 긴장을 완화하는 호흡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일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이와 같은 사고를 경험한 이후 두려움과 불안, 불면증, 우울증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증상이 지속될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질 수 있다. PTSD는 사건이 발생 1개월이 지난 다음 진단 내려진다. 성별과 연령, 정신적으로 약하거나 의지가 부족한 것과는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다.

사고를 겪은 직후에 나타나는 것은 급성 스트레스 반응(ASR)이다. 이는 심장 두근거림, 호흡곤란, 손 떨림, 반복적으로 사고 장면이 떠오르는 플래시백, 현실감 상실 등으로 나타난다. 잠들기 어렵고 쉽게 놀라는 것도 특징이다.

세월호 참사를 경험한 우리나라는 대형 해상 사고가 발생하면 당시의 기억이 사회적·집단적 차원에서 활성화될 수 있어 스트레스 반응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배가 기울거나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장면, 해상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 등이 집단적 트라우마와 겹치며 개인의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

불안과 긴장은 몸으로 기억되는 특성이 있다. 불안하거나 두려울 때 신체는 몸과 어깨 근육에 힘을 주고, 몸을 웅크리며 호흡이 빨라진다.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것으로, 이러한 자세는 다시 불안한 생각을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를 취해 몸의 긴장을 완화하는 게 회복에 도움 된다. 이는 특히 초기 불안증상 감소에 효과적이다. 심호흡, 복식호흡, 착지법, 나비포옹법 등의 기법이 있으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복식호흡을 할 경우 한 번에 10분간 하루에 3번 정도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복식호흡은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가슴이 아닌 아랫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한 다음 5초에 걸쳐 천천히 숨을 내쉬면 된다. 나비 포옹법은 가슴이 두근대거나 괴로운 장면이 떠오를 때 스스로 '토닥토닥'하며 안심시키는 방법이다. 두 팔을 가슴 위에서 X자로 교차시킨 상태에서 양 팔뚝에 양손을 얹어 나비가 날갯짓하듯 10~15번 정도 두드리는 식이다.

또한 재난 직후에는 회복을 위해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국제적으로 권고되는 방법으로, 불안을 완화하고 회복력을 높이는 '심리적 응급처치(Psychological First Aid·PFA)'를 받는 게 도움 된다.

PFA의 핵심은 3L(Look·Listen·Link)이다. 극심한 불안이나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지를 우선 확인하고(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가가 요구사항을 경청하고(듣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돕는(연결하는) 일을 의미한다. 국가트라우마센터와 보건복지부 등에서는 심리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재난 12주 내에는 일상으로 서서히 돌아가야 한다. 규칙적인 수면을 유지하고, 사고 관련 뉴스를 과도하게 소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식사·출근·가벼운 운동 등 평소 루틴을 반복하는 것이 회복에 좋다. 무엇보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술을 찾는 것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만약 심한 우울감, 고통스러운 느낌, 신체적 감각을 통제할 수 없는 경우 등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