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잡아야 당당한 어른?"…포경수술, 일본은 한국의 1/10 불과 [메디로그⑥]

최근 10년 사이 80%→20%로 급감…일본, 동유럽 국가 등은 '2~10%'
'성병' 걸릴 위험 53% 높아 연구결과…음경암 발생 비율도 마찬가지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대한민국 남성의 '성장 의식통과의례'처럼 여겨졌던 포경수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80%에 달하던 국내 포경수술 비율은 최근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도 그 수치가 줄어들고 있다. 반면 여전히 이웃 국가 일본은 2% 미만의 수술 비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연구진은 의학저널을 통해 신생아 15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내 신생아 남아 포경수술 비율이 54.1%에서 49.3%로 약 5% 감소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소아과학회는 꾸준히 건강상 이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의료 불신과 문화적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내 백인 남아의 경우 60.0%, 흑인 66.1%로 줄어들었으며, 히스패닉은 21.0%, 아시아·태평양계 37.5% 수준으로 조사됐다.

연구를 이끈 존스홉킨스대 아론 토비안 교수는 "포경수술의 건강상 이점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사회에서 의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부모들이 수술을 피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히스패닉은 전통적으로 포경수술을 거의 하지 않는 문화권"이라고 덧붙였다.

"이걸 해야 어른 된다?"…대한민국도 변하고 있다

포경수술은 수 세기 전부터 위생과 질환 예방의 수단으로 이어져 왔다. 요로감염, 포피염, 성병(HIV·HPV·헤르페스 등) 예방 효과가 알려져 있으며, 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은 장기적인 건강 유익을 이유로 신생아 수술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과거 '남자의 통과의례'로 여겨지던 포경수술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한국의 포경수술 시행률은 2000년대 초 80%에서 최근 10년 사이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당연한 수술'에서 '선택적 시술'로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故) 김대식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한국전쟁 시기 미군이 권유에 의해 포경수술이 시작됐고, 미국식 위생 관념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술률을 기록한 나라 중 하나가 됐다"면서 "포경수술이 '성인으로 가는 필수 과정'처럼 포장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장점은 단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성기에 있는 표피는 정상적인 성기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직인데, 지나친 제거로 통증·비대칭·감각 저하 등의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이는 묻지마 정책의 대표적인 폐해"라고 지적했다.

ⓒ News1 DB
이웃 국가 일본은 2% 수술률…세계는 지금 '포경수술 재검토'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남성의 약 20%만이 포경수술을 받는다. 미국과 한국, 필리핀, 그리고 이슬람권에서는 여전히 매우 높은 편이지만 동유럽, 비이슬람권·비유대권 서구 국가들(2~10%), 이웃국 일본은 2% 내외에 머물러 있다.

포경수술을 할 경우 '성병'에 걸릴 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1년 덴마크에서 남성 81만 명을 추적 조사한 코호트 연구 결과,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은 수술받지 않은 남성에 비해 성병에 걸릴 확률이 53% 더 높게 조사됐다.

음경암 역시 포경수술을 거의 하지 않는 국가(덴마크·핀란드 등)에서 미국보다 발생률이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7일 '더 컨벤션'의 기고문에 따르면 남아프리카를 포함한 15개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2010년 이후 3700만 건 이상의 '자발적 포경수술'이 시행됐다. 미국 뉴잉글랜드대 피터 밀라드 연구팀은 "이로 인해 약 100만 건의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했으며, 이는 의료비 절감 효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해 여전히 긍정적인 요소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포경수술'에 대한 의학적 근거와 전통적 신념이 충돌하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는 '개인에게 주어지는 의학적인 선택의 폭이 넓어진 현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의료행위인가'에 대한 재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