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실내온도·식사결핍·고립…1인 가구, 한파에 '더' 취약한 이유
햇빛 부족·외출 감소…비타민D 결핍으로 우울감까지 유발
한파에 뇌혈관 수축…"두통·어지럼 반복되면 검사 받아야"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서울에 올해 가을 들어 처음으로 한파특보가 발령된 가운데, 독거노인과 1인 가구의 건강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파는 단순한 기온 하강을 넘어 심혈관계, 면역계, 대사계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혼자 사는 이들에게는 위기 인지와 대응이 늦어질 수 있어 예방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하는 생리적 변화가 나타난다. 젊은 사람에게는 일시적인 반응일 수 있지만, 고령자의 경우 심혈관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실내 온도가 18도 이하로 떨어질 경우 체온 유지 능력이 급격히 저하된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는 "고령자는 낮은 실내 온도에서도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난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추위에 노출돼도 주변의 도움을 즉각 받기 어렵다. 동거 가족이 있다면 "으슬으슬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말 한마디로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있지만, 단독 거주자는 판단과 대응 모두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난방비 부담, 거동 불편, 사회적 고립 등이 겹치면서 난방을 꺼리거나 외출을 피하는 경우도 많다.
기온이 낮아지면 외출 횟수와 활동량이 줄고, 햇빛 노출이 부족해진다. 이로 인해 근육량 감소, 비타민 D 결핍, 면역력 저하로 이어지기 쉽다. 혼자 사는 경우 식사를 거르거나 간편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비율이 높아지며, 단백질과 섬유질 등의 영양소 섭취도 불균형해질 수 있다. 심리적으로도 무기력과 고립감이 쌓이면서 우울감, 수면장애, 일상 리듬 붕괴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급격한 기온 변화는 평형감각이 떨어진 고령층에서 낙상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바닥이 미끄럽거나 난방기기 주변 환경이 안전하지 않은 경우 화상이나 일산화탄소 중독도 우려된다.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하는 반응이 겹치면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급성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국제보건학술지에 따르면 기온이 1도 낮아질 때마다 고령자의 심혈관 사망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승한다는 보고가 있다.
실내 온도는 20~22도를 유지하고, 밤새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보온을 강화해야 한다. 이불, 담요, 보온 속옷을 활용해 체온을 지키고, 전열기기 사용 시 화재나 일산화탄소 중독 방지를 위한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 난방비 부담이 있는 경우에는 지자체의 에너지 바우처, 한파 취약층 지원 사업 등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유지하고, 따뜻한 국물이나 죽, 채소볶음 등 소화에 부담이 적은 음식을 중심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수분 섭취는 하루 6~8잔 이상을 목표로 하고, 계란, 연어, 유제품 등 비타민 D 함유 식품 섭취를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실내 운동, 간단한 스트레칭, 의자에 앉은 채 다리 움직이기 등도 혈류 순환과 체온 유지에 효과적이다.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족이나 지인, 복지기관과의 연결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1인가구의 경우 이상 증세가 있어도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주기적인 안부 확인과 건강상태 공유는 조기 대응에 큰 역할을 한다. 기존에 만성질환이 있거나, 겨울철 증상이 악화됐던 경험이 있다면 의료기관과의 연계도 점검해야 한다. 평소 복용하는 약의 보관 상태, 체온 및 혈압 변화 여부 등을 기록하고, 이상 증상이 2~3일 이상 지속된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서대철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중재의학과 임상과장은 "한파 시기에는 혈압 상승 등으로 뇌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며 "평소 고혈압이 있거나, 어지럼증·두통이 반복된다면 검진을 통해 뇌혈관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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