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밤이 짧아진다"…어린이집까지 번진 '수면부족'

미취학아동 26.3% 하루 8시간 미만 수면…최소 10시간 적정
"비만, 학습 능력 저하 및 정서 장애 등 발생률 높아져"

(광주 북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4/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우리나라 청소년의 수면 부족 현상이 만성화된 가운데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미취학아동의 수면 시간도 적정 수준에 미치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부족 연령이 낮아지는 모양새다.

24일 대한소아내분비학회가 최근 전국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바른 성장 및 건강한 생활 습관 실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취학 아동의 26.3%는 하루 수면시간이 8시간 미만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도 36.3%에 달했다. 특히 10년 전 조사 결과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2016년 학회가 실시한 설문 결과 8시간 미만 수면하는 초등학생은 35.2%였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80.2%와 94.7%로 대다수가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적정 수면시간은 미취학아동(3~5세) 10~13시간, 학령기 아동(6~13세) 9~11시간, 청소년(14~17세) 8~10시간이다.

설문 결과, 자녀가 잠자기 직전까지 전자기기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55.7%에 달했다. 특히 미취학 아동의 31.6%는 주중에 전자기기를 1시간 이상 2시간 미만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돼 어린 연령부터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일상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학령기 이전부터 전자기기 사용 증가와 맞물려 수면 습관에도 부정적 영향 미치는 것으로 봤다.

이해상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홍보이사(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스마트폰 사용 증가와 수면 부족, 운동 부족, 불규칙한 식습관 문제가 10년간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미취학 자녀 시기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조기 개입과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고 전했다.

수면이 부족할 경우 호르몬과 기억력, 대사 문제 및 정서 장애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식과 기술을 익히고 생활습관과 성격을 형성하는 소아·청소년 시기에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발생할 경우 이후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에 올바른 수면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홍승봉 강남베드로병원 수면센터장(신경과 전문의)은 "수면이 부족하면 렙틴 분비가 줄고 그렌린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 식욕이 증가하고,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음식 섭취가 늘어나 비만의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이어 "보고 배운 것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 능력이 떨어져서 학습 능력이 저하되며, 만성 수면 부족 시에는 렘수면이 줄어들어 기억력 저하 및 정서장애(감정 조절 장애·스트레스 등)의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면역력 저하, 우울증 발생, 충동 유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홍 센터장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10~20%는 불면증과 수면무호흡증, 기면증 등 각종 수면 장애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밤에 숙면을 못 하거나 낮에 너무 졸릴 경우 수면장애 전문가의 진찰을 받고 치료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23일~7월 28일까지 전국 만 5세~18세 자녀를 둔 부모 201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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