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입법공백에 '음지화'된 임신중지약 '미프진'…개정안 '속도'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현재까지 후속입법 안돼
2005년 WHO 필수의약품 지정…의료계 "10주 이내 기간 허용해야"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국정과제에 임신 중지 의약품의 국내 도입이 포함된 가운데, 유산유도제 '미프진'이 올해도 국정감사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TF를 꾸려 임신 중지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하며 임신 중지 의약품 허가와 도입에 속도가 날 전망이다.
23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지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임신 중지와 관련한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년간의 입법 공백으로 인해 임신 중지는 법의 경계를 오가며 음지화되는 상황이다. 임신 중지를 하고자 하는 여성은 비싼 가격, 복잡한 서류와 행정적 절차, 도덕적 비난 등을 감수해야 한다. 수술이 두렵거나 여력이 되지 않을 경우, 불법 거래를 통해 임신 중지 의약품을 구매, 복용하기도 한다.
지난 21일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임신 중지 의약품 도입 지연에 따른 불법 유통 문제가 도마 위에 올렸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적발된 임신 중지 의약품 불법 판매 건수는 2641건에 달했다. 2021년 414건, 2022년 643건, 2023년 491건에 이어 지난해엔 741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달까지는 352건이 적발됐다. 적발되지 않은 거래를 포함하면 실제 불법 유통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파악된다.
남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식약처의 허가 지연에 대해 "미프진이 정식 허가됐으면 여성들이 항암제까지 맞아가는 상황에 내몰렸겠느냐"며 지적했다. 이어 "식약처의 법적 검토를 확인한 바로는 법의 개정이 없이도 (의약품) 허가도 가능하다는 자문이 여러 건 있다"고 말했다.
박주민 위원장도 "법률 자문 6건 중 4건은 법률 개정 없이도 허가가 충분히 가능하다, 오히려 관련 인허가를 안 해주는 것이 재량권 남용이고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경고까지 포함됐다"며 "현재 법률 개정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TF팀이 만들어져 논의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오유경 식약처장은 관련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식약처는 "법률 개정으로 약물에 의한 임신 중지 허용 및 허용 기간이 법률로 정해져야 허가심사가 가능한 일부 요건 자료가 있고 제약사에서도 현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 사무국장은 "복지부와 식약처가 보건의료적으로 임신 중지 의료서비스를 공식 제공해야 함에도 비공식화하다 보니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신 중지 의약품이 도입될 경우 합법적으로 임신 중지를 할 수 있게 되고, 수술에 따른 비용과 불안함 등 심리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으며 수술이 아닌 의약품 처방으로 임신 중지가 가능해지며 접근성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여성 건강권을 위해 임신 중지 기간을 9주 6일 이내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의 의학적 기준도 이와 같다. 또한 정신과 처방약과 같이 의약분업 예외 약품으로 지정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한다.
최안나 산부인과 전문의(강릉의료원 원장)는 "10주 이내, 9주 6일까지가 수술과 약을 모두 포함해 비교적 합병증이 없는 시기로 현재 이때 임신 중지의 80~90%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학적 논의도 중요하지만, 헌법재판소가 2020년 말까지 후속 입법을 마련하라고 했지만, 현재까지 국회에서 법안이 계류 중인 상황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기준이 마련되고 의학적 판단을 하는 게 순서"라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했으며 다음 해 말까지 형법을 개정하라고 국회에 요청한 바 있다.
21대 국회에서 형법·모자보건법 등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으나 낙태 허용 주수 등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 모두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선 남인순 의원과 이수진 의원이 지난 7월 임신 중지를 허용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ur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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