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침묵' 이어 베트남 사업 의혹까지…적십자사 '집중포화'(종합)
[국감현장] 적십자사 회장 "계엄 옳다·그르다 말 못하겠다"
지방의료원 적자 규모 484억원…의료원장 "공공의대 필요"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적십자사는 정치·이념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기관"이라며 답변을 피하자, 여야 의원들이 "중립을 핑계로 국민주권 훼손 행위를 두둔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립암센터 등을 대상으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김 회장의 정치적 중립성과 이해충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렸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조치가 옳았다고 보느냐"고 묻자, 김 회장은 "적십자사는 인도주의 정신에 기반한 중립 기관으로 정치적 사안에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김 회장은 이어진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적십자사가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기관인데 수장이 계엄의 옳고 그름조차 말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질의에도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이 "헌법재판소가 계엄을 위헌으로 판단했는데 동의하느냐"고 추궁했지만, 김 회장은 "그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반복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김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양지병원의 베트남 사업 특혜 의혹도 제기됐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장이 민간 병원 재단 이사장으로서 베트남 사업권을 확보한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이라며 "대한적십자사가 인도주의 사업으로 베트남에 20억 원을 지원한 상황에서, 같은 지역에서 회장 개인 병원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도덕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사업권은 제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입찰 절차를 거친 결과"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주민 위원장은 "공식 출장 기록 없이 베트남 양지병원 개원식에 참석했고, 회장의 아들이 '한국과 베트남 정상회담 협력 의제에 병원 사업이 포함됐다'고 인터뷰했다"며 "공적 지위를 이용한 사적 사업 개입 여부를 자료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 회장은 "사업 추진 과정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자료를 모두 제출하겠다고 반박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적십자사가 신천지 측에 52차례 표창을 수여했다"며 "공공기관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단체의 이미지 세탁에 동원됐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신천지와 무관하며 기독교 신자로서 신천지를 혐오한다. 물의를 일으킨 점은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지역 공공의료 인력난과 의료사고 제도 개선 문제도 함께 다뤄졌다. 김영완 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서산의료원장)은 "의사와 간호사 인력의 수도권 쏠림이 심각하다"며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을 통해 안정적인 인력 공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중 29곳이 적자를 기록했고, 규모는 484억 원에 달한다"며 "공공의료의 최전선이 무너질 위기"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일부 의료원은 임금 체불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지원과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공공임상교수제, 시니어의사제, 지역의사제 등 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현장 인력 공백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의료인력 양성과 지역 정착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중재원)은 불가항력 분만사고 국가배상제도에서 저체중아·조산아 등 고위험 신생아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에 대해 "출생 체중 기준을 포함해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은수 중재원장은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의료진 과실이 없더라도 국가가 정책적으로 보상하는 제도지만, 재정 여건상 일부 제한이 있었다"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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