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당했는데 그냥 참으라고"…간호사 51% 인권침해 경험
간호협회 심리상담 지원…"단순 출범 아닌 강력 선언"
조직문화 등 구조적 문제, 간호협회 차원서 정책 대응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보호자가 폭행을 당했는데도 병원 측은 '그냥 참아라'고만 했다. 그 일을 겪은 뒤 환자 얼굴만 봐도 숨이 막혔다. 병원은 끝까지 '너만 참으면 된다'고 했다." (간호사 A 씨)"수술 중에 '병신'이라는 말할 수도 없이 들었다. 신고 시스템이 있지만, 신고하면 바로 누가 신고했는지 드러나고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 (간호사 B 씨)
간호사 2명 중 1명이 현장에서 이런 폭언이나 폭행 등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대한간호협회가 21일 간호사의 정신건강과 인권 보호를 위한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단'을 출범했다.
협회는 내부 간호인력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심리상담 지원사업과 조직문화 개선 사업에 나선다.
협회는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에서 겪는 인권침해와 정신적 소진이 심각한 데다 구조적 문제로 확산했다고 보고 있다.
협회가 전국 의료기관 간호사 788명을 대상으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절반(50.8%)이 최근 1년 사이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71.8%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요 유형으로는 △폭언(81%) △직장 내 괴롭힘 및 갑질(69.3%)이 가장 많았다.
가해자는 선임 간호사(53.3%), 의사(52.8%), 환자 및 보호자(43%)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는 대부분 병동 등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있는 공간(79%)에서 발생했다.
심층 조사를 통해 간호사 C 씨는 "출근하면 제일 먼저 상급자 눈치를 본다"며 "기분이 나쁘면 사소한 실수에도 폭언이 쏟아지고, 후배들 앞에서 모욕을 주는 일이 다반사"라고 털어놨다.
간호사 D 씨는 "의사가 기분에 따라 간호사를 감정적으로 대한다"며 "가족이 입원했을 때 간호사에게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간호사 E 씨는 "악성 민원과 무례한 대우가 계속된다"며 "병원에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는 말만 한다. 간호사를 보호해 줄 제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신고 및 조치 전 주기 표준화 △신고자 보호 및 2차 가해 금지 △재발 방지 체계 구축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또 심리상담 전문가단을 중심으로 심리상담 지원사업에 나선다.
최훈화 협회 정책국장은 "간호사가 가장 바라는 조직 문화는 적정 환자를 보는 일이며, 본인 자아실현"이라며 "물리적으로 환자가 많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두 좌절한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자아실현을 위한 제도, 시스템이 도입돼야 하며 간호사들이 센터에 가장 많이 요구한 의견이었다"며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와의 핫라인 구축도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협회는 간호사 인권 침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제3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이 수립될 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신경림 협회장은 "간호사 마음이 건강해야 환자 생명이 안전하다. 이번 출범이 간호사의 존엄과 회복을 상징하는 희망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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