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 분만사고 교수 불구속 기소에 "필수의료 멸종 경고"
"모든 필수의료 종사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내모는 처사"
선진국에서는 고의·중과실 아니면 형사처벌 대상 아냐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대한의학회는 지난 2018년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가 출생 후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것과 관련, 최근 서울대의대 산부인과 교수가 불구속 기소를 당한 데 대해 "의학적 타당성과 배치되는 무리한 형사 기소"라고 비판했다.
의학회는 11일 성명서를 내고 "산부인과 의사뿐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관련 있는 모든 필수의료 종사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내모는 처사"라며 "대한민국의 필수의료 붕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산부인과 교수의 형사 기소 건이 앞으로 산과학을 가르칠 교수진들을 크게 위축시키고 고위험 산모 진료 인력을 멸종시킬 우려가 있으며 학회의 이념인 '미래 의학자와 의료인 양성'에 있어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의학회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속화하는 필수 의료 붕괴에 대해 지속해서 심각한 우려를 밝혀왔으며 이러한 원인이 의료계나 의사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재원 확보와 지원 등 근본적인 정부 대책의 부재로 인한 것임을 강조해 왔다.
의학회는 "현대의학의 발달로 모성사망률이 감소하고, 다양한 부정적 결과가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출산의 과정은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항상 잠재하고 있는 생리적 과정"이라며 "우리나라는 저출산 현실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출산 연령이 높고, 다태임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조산율은 유례없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뇌성마비와 같이 그 원인이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나쁜 결과를 단순히 의료진의 잘못으로 단정해, 고의성을 가진 범죄 행위와 동일시하고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의료환경 속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산모를 보지 말고 분만실을 떠나라는 경고장일 뿐이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우리나라에서 분만과 같은 필수 의료에 대한 형사 기소는 이미 소수에 불과한 산과 교수들로 하여금 분만을 포기하고 대학병원을 떠나게 할 것이며, 이는 곧 산과 교육과 분만 인프라의 붕괴라는 국가적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사법기관이 지속 가능한 필수 의료 체계를 지키고 확립하기 위해 현명하며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의학회에 따르면 영국이나 미국 등 영미법 국가에서는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면 의료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독일과 스위스 등 대륙법 국가에서도 과실범 처벌 규정이 있지만 의료행위는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면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가장 유사한 일본은 2016년 이후 통계가 확인되는 2021년까지 의료행위를 형사 기소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ur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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