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엔 물·그늘·휴식"…온열질환, 예방이 최선

함승헌 교수 "이온음료 도움 되지만, 맥주·탄산은 피해야"
야외 활동 시 매시간 10~15분 휴식…어지럼증 땐 즉시 '중단'

폭염이 계속된 1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시민들이 양산을 펼쳐 뙤약볕을 가린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5.8.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철, 고령자·어린이·만성질환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온열질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그늘·휴식 등 기본 수칙만으로도 충분히 예방 가능한 만큼, 생활 속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5일 "무더위가 본격화되면서 고령자, 어린이, 만성질환자, 장시간 야외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온열질환에 더욱 취약해진다"며 "예방수칙을 평소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보호책"이라고 말했다.

온열질환은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돼 체온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가벼운 열경련, 열발진부터 시작해, 수분과 염분 손실로 인한 열탈진,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르고 의식이 혼미해지는 열사병까지 다양한 단계로 나타난다. 이 중 열사병은 뇌손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응급질환으로,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해야 한다.

고령자는 체온 변화에 둔감하고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해 탈수 위험이 높으며, 전기요금 부담으로 냉방기기 사용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어린이는 열 발생량은 많지만 체온 조절 능력이 미숙해, 특히 차량 내 방치 시 단 몇 분 만에도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자 역시 고온 환경에 매우 취약하다. 농업인처럼 한여름에도 장시간 야외 활동을 지속하는 사람들 역시 위험 신호를 인지하지 못한 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함 교수는 폭염 대응의 핵심으로 '물·그늘·휴식' 3대 수칙을 제시했다. 그는 "갈증은 이미 탈수가 시작됐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갈증이 나기 전에 의식적으로 물을 마셔야 한다"며 "야외 활동이 예정돼 있다면 15~20분마다 물 한 컵씩 마시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했다.

수분 보충 외에도 염분을 함께 보충할 수 있도록 오이나 과일 섭취를 권장하며, 반대로 맥주·탄산·카페인 음료는 이뇨 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가급적 야외 활동을 피하고, 시원한 실내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외부 활동을 해야 할 경우에는 활동 강도를 조절하고, 동료와 함께 움직이며 서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통풍이 잘 되는 밝은색 헐렁한 옷, 챙이 넓은 모자, 시원한 물수건 등을 활용해 체온을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야외 활동 시에는 매시간 10~15분씩 반드시 쉬는 습관이 필요하며, 어지럽거나 속이 메스껍다면 즉시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온열질환 증상이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대응해야 한다. 의식이 없다면 119에 신고하고 시원한 곳으로 옮긴 뒤, 옷을 느슨하게 풀고 얼음주머니나 물수건을 목·겨드랑이·사타구니 등에 대 체온을 낮춰야 한다. 의식이 있다면 시원한 물이나 이온음료를 천천히 마시게 하며, 부채나 선풍기를 활용해 체온을 낮추는 것도 효과적이다.

다만, 41도 이상의 고온 환경에서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로 뜨거운 바람을 직접 쐬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