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쥐가 늘었다…렙토스피라증·출혈열 '감염병 주의보'

지난해 렙토스피라증 환자 70명, 신증후군출혈열 373명
질병청 "침수 후 청소할 땐 피부 노출 피하고 즉시 손 씻어야"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무더위와 침수 이후 도심 곳곳에서 쥐 출몰이 잦아지면서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출혈열 등 쥐 매개 감염병의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쥐와 관련된 주요 인수공통감염병으로는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출혈열 등이 있다. 이들 감염병은 쥐의 소변에 오염된 물이나 흙을 통해 감염되며, 균들 또한 장화나 장갑 없이 야외에서 작업할 경우 피부 상처를 통해 침투할 수 있다.

렙토스피라증은 설치류나 가축의 소변 등으로 오염된 물이나 진흙을 통해 감염되며, 사람 간 전파는 드물다. 잠복기는 2일에서 30일까지로 다양하며, 국내에서는 9~11월 침수나 집중호우 이후 환자 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5년간 환자 수는 △2020년 144명 △2021년 125명 △2022년 59명 △2023년 59명 △2024년 70명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주증상은 발열, 근육통, 오한, 두통, 복통 등이며, 일부 환자에게서는 간·신장·폐·뇌막 등에 염증이 발생한다. 중증으로 진행될 경우 패혈증, 폐출혈, 황달, 신부전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치명률은 5~15% 수준이다.

렙토스피라증은 현재 예방 백신이 없어 단기 고위험 노출자에게만 항생제를 처방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오염된 물에서 수영하거나 작업하는 것을 피하고, 야외 활동 시에는 방수 장화와 고무장갑 등 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벼베기, 논두렁 정비, 하천 작업, 캠핑 등 이후 발열이나 몸살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신증후군출혈열은 한탄바이러스 등 설치류에 감염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되는 급성 감염병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의 배설물이 마르면서 공기 중에 퍼지고, 이를 들이마시거나 상처 난 피부·점막(눈, 코, 입 등)을 통해 접촉하면 감염된다.

감염 시 12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오한, 안구통, 근육통, 두통, 얼굴홍조, 복통, 구역 등 증상이 나타나며, 이후 저혈압·쇼크·출혈·급성 신부전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 사망 원인은 쇼크, 뇌질환, 급성호흡부전, 폐출혈 등이며, 치사율은 5~15% 수준이다. 대부분 회복되지만 일부에서는 신장 기능 저하나 뇌출혈 등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신증후군출혈열이 1977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된 이후 매년 400~500명 규모의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환자 수는 △2020년 310명 △2021년 302명 △2022년 452명 △2023년 373명 △2024년 373명으로 집계됐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도 권장된다. 예방접종은 1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한 뒤, 12개월 후 추가 접종을 통해 총 3회 진행된다. 군인, 농업 종사자, 실험실 연구자 등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이 높은 집단은 정기 접종이 필요하며, 풀밭·잔디밭·하천 등에서는 반드시 장화, 마스크,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야외활동 후에는 손 씻기와 샤워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침수 이후 정리작업이 집중되는 8월은 인수공통감염병 고위험 시기인 만큼, 작업 중에는 상처 부위를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며 "귀가 후에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씻는 등 기본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