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위기는 '기회'…AI·바이오 결합 '에이지테크' 급부상[노화역전의 꿈]⑧
글로벌 에이지테크 연평균 23% 성장세
미비한 R&D 예산, 복지 중심 지원제도 등 개선해야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노화는 필연이고 인구 고령화는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국내 인구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노인이 되는 시기는 50여 년이 채 남지 않았다. 현재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 경우 2045년에는 일본을 추월해, 세계에서 고령인구 비중 1위 국가가 된다.
고령화 자체를 위기로 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노화 및 고령층의 부상에 따른 시니어 산업의 확장을 '기회'로 여기며 'Age-Tech(에이지테크)'에 주력한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및 바이오테크 등 첨단 기술이 고령친화산업과 결합하며 기존 고령자 대상 제품과 서비스가 에이지테크로 고도화하는 추세다.
기존 시니어 산업은 복지, 그중에서도 요양 서비스가 중심이었는데 고령층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첨단 기술 기반의 에이지테크가 등장하면서부터 노년기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과 서비스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발표에 따르면 국내 시니어 산업은 2020년 약 73조 원에서 2030년 241조 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고령친화산업의 국내 시장 규모는 2022년 82조 7000억 원에서 2026년에는 106조 1000억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조사되며, 연평균 5.8%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해외 시장에서 시니어 산업의 투자와 성장 규모는 더욱 뚜렷하다. 글로벌 에이지테크 산업 규모는 연평균 23%씩 성장해 2022년 2755조 원에서 올해 46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50년에는 15억 명, 전체 1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실버경제의 부상은 예정된 수순이다.
이 중에서도 발전 초기에 있는 블루오션인 에이지테크 시장을 우선해서 점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은 적극적으로 투자 및 제품·서비스 출시하고 있다. 쉬운 예로 애플은 애플워치에 낙상 감지와 심전도 측정 기능을 탑재하고 고령자의 위치와 건강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프트뱅크는 사람의 감정을 읽는 휴머노이드형 반려로봇 페퍼를 출시해 요양시설에 보급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반려로봇이나 보행 보조 웨어러블 등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인 씨어스테크놀로지(씨어스)의 '모비케어'와 '씽크'가 대표적이다.
모비케어는 고령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부정맥 검출에 최적화된 솔루션이다. 웨어러블 심전도 패치와 임상에서 검증된 AI 알고리즘 및 판독 프로그램을 통해 정밀한 심전도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령 환자 대상 낙상 조기 감지, 심정지 전 징후 탐지, 만성질환 급성 악화 예측을 통해 실버케어 분야에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병원 중심 입원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인 씽크는 고령 입원환자 비중이 높은 암 병동, 심장재활실, 응급실 등 특수병동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최근 심전도 기반 악성부정맥 예측 AI 소프트웨어가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되며 고령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입원 중 안전관리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신 대표이사는 "향후 씨어스는 병원용 씽크와 재택용 모비케어를 연계해 고령 환자의 입원-회복-재택에 이르는 전주기 통합 모니터링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에이지테크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정해 육성 중이다. 특히 돌봄로봇·웨어러블 디지털 의료기기·노인성 질환 치료·항노화 재생의료·스마트 홈케어 등 5대 분야를 집중 육성 대상으로 지정했다.
뚜렷한 성장 비전에도 불구하고, 국내 에이지테크 산업은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직 발전 초기 단계에 머무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내에서는 장기요양보험 등 복지사업의 보완재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커 기술·혁신 투자가 미약하다.
올해 정부의 고령화 분야 R&D 투자액은 전체 R&D 예산의 1% 수준에 불과하며, 보건복지부가 '고령친화산업진흥법'에 따라 2008년부터 지원해 온 국고보조금 예산도 지난해부터 전액 삭감되며 현재 정부의 직접 지원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기업의 특성을 고려하고 있지 못한 것도 개선 사항으로 꼽힌다. 에이지테크 산업에 참여하는 기업의 대부분은 1~2인 규모의 벤처 또는 스타트업으로, 기술 잠재력은 높지만 개발 여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의 역량을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마중물 역할이 절실한 상황에서 지역 통합돌봄 서비스가 논의되고 있지만 현장 수요에 기반한 기술과 제품 개발이 부족해 적용이 어렵고 사장되는 사례가 많다.
복지 용구 중심의 전통적 지원제도가 정착되면서, 돌봄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AI·디지털 기반 제품 개발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지정하는 고령친화 우수 제품에 디지털 제품을 편입하기 위한 지정 기준 개선 검토를 진행 중이나, 제도 보다 현장 수요에 맞춘 문제 해결형 제품이 개발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 3년간 에이지테크 산업 최전선에서 혁신형 기업을 발굴하고 키우기 위해 기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특히 권역별 혁신센터를 만들어 지역별 고령화 상황을 반영한 제품 개발 지원을 맡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예산이 전액 삭감돼 현재는 에이지테크 시장 조사 외에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수 없는 실정에 놓였다.
에이지테크 산업을 키우기 위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목표가 불분명하고, 부처 간 지원이 파편적으로 이뤄지고 있기에 나타난 결과다. 고령화로 인한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실버산업의 고성장은 예정된 미래다. 관련 지원 확대는 산업 성장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머지않아 인구 과반을 차지할 고령층의 권익 공백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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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노화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시간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이제 과학은 그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묻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실험이 이어지면서, '노화 역전'이라는 개념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뉴스1은 이번 기획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노화역전을 집중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