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발생 시 직업 없는 사람, 우울증 더 많이 걸린다

보사연, 코로나팬데믹 당시 경제활동 따른 우울증 유병률 분석
대학생·취업준비생 등 우울장애유병률 7.5%→9.4% 크게 늘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지난 2021년 7월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센터로 한 여성 구직자가 들어가고 있다. /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 상황이 오면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이 우울증에 더 많이 걸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 대비해 취약계층의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신호의 '종사상 지위에 따른 코로나19 유행 기간 우울수준 변화'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경제활동의 유무와 직업의 종류에 따라 우울수준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시작돼 2023년 5월 종료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감염 전파를 막기 위해 대면접촉을 제한한 이후 경제활동에 타격을 받은 이들이 늘어난 것은 물론 '코로나 우울(CORONA BLUE)' 등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재유행할 경우를 대비해 정신건강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해당 연구는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8년부터 팬데믹 당시인 2020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2년 전 기간에 걸쳐 경제활동 여부 및 종사 지위에 따른 우울장애 유병률을 분석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기반해 19~64세 성인 약 1만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 대상은 종사상 지위에 따라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비경제활동인구로 나뉘었으며, 연구팀은 특히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주목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5세 이상 가운데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으로 가정주부와 대학생, 취업 준비생 등이다.

먼저 전체 연구대상자의 연도별 우울장애 유병률은 2018년 4.1%에서 2020년 5.4%로 증가했다가 2022년 4.9%로 소폭 감소했다.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임금근로자에서 우울장애 유병률은 2018년 2.7%에서 2020년 3.7%, 2022년 4.2%로 점차 증가했다.

자영업자는 2018년 3.4%에서 2020년 3.1%로 소폭 감소했다가 2022년 4.7%로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다른 직업적 지위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우울장애 유병률을 보였다. 2018년 7.5%에서 2020년 9.4%로 많이 늘어났다가 2022년 6.3%로 다시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경제활동이 다시 시작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2022년 비경제활동인구의 우울 수준이 낮아진 것은 사회경제적 요인이 정신건강에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임금근로자를 상용직과 임시직·일용직으로 구분한 결과를 살펴보면, 2018년 비경제활동인구에 비해 상용직과 임시직에서 우울장애 유병 확률이 낮았다. 2020년에는 상용직·임시직·일용직·자영업자에서 모두 비경제활동인구에 비해 우울장애 유병 확률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비경제활동인구의 우울장애 유병률이 변한 것과, 비경제활동 인구 비율의 변화가 일치한 점을 토대로 실업자가 비경제활동 인구로 유입된 점이 통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한다.

또한 자영업자의 우울 수준이 다른 직업에 비해 크게 상승하지 않은 이유를 자영업자 대상 재난지원금 등 지원 정책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했다.

연구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이 다시 올 수 있는 상황에서, 우울장애 유병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경제활동인구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정신건강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