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헬스미래는 지금] N-of-1, 단 1명을 위한 임상…소아희귀질환 치료의 시작

소아희귀질환 환자, 기술난도 높고 수익낮아 민간 치료제 개발 어려워
K-헬스미래추진단 7월부터 맞춤형 플랫폼 치료제 본격 추진

서울 시내의 한 소아과 전경(사진은 기사내용와 관계없음) /뉴스1 ⓒ News1 DB

박미선 K-헬스미래추진단 프로젝트 매니저

“우리 아이에겐 시간이 곧 생명입니다. 병은 계속 진행되는데, 새로운 치료를 시도해 볼 기회조차 없이 애타는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어요.”

희귀질환으로 진단은 받았지만, 치료제가 없다는 말에 마음이 무너진다. 희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약 7000~1만 종이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도 약 80만 명의 환자가 있다. 특히 유전성 희귀질환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지만, 그중 95%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 국내에선 매년 1000명 이상의 유전성 소아희귀질환 환자가 새롭게 발생하며, 상당수는 생후 수개월~수년 내에 사망하거나 평생 중증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희귀 유전성 안질환도 예외는 아니다. 조기 사망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점진적 시각 손상으로 결국 실명에 이르게 된다. 희귀질환은 단지 생명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하며, 환자 가족과 사회 모두가 함께 감당해야 하는 복합적 의료문제다. 하지만 환자마다 유전자 변이와 병태생리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 규명과 조기진단이 어렵고, 높은 기술난도와 낮은 수익성 탓에 민간 주도의 치료제 개발도 쉽지 않다.

유전성 희귀질환 치료는 △원인 유전자 규명 △정밀진단 기술 확보 △AI 및 데이터기반 환자맞춤 치료설계와 혁신치료기술 확보 △희귀환자 맞춤형 임상시험 △관련 정책 및 규제 개선 등 국가 차원의 통합적 접근이 필수적인 분야다. 우리나라는 희귀질환 진단기술,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유전자 편집·전달 등 핵심기술의 인프라는 갖추고 있지만, 이를 실제 희귀환자 맞춤형 플랫폼 치료제로 연결한 사례는 거의 없다.

매년 1000명 소아 희귀잘환 환자 발생…높은 기술 난이도, 낮은 수익성 걸림돌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K-헬스미래추진단을 설립하여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특히 추진단은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치명적 소아희귀질환 환자맞춤 치료(HEART)’와 ‘유전성 안질환 유전자치료제 개발(BEACON)’을 2025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두 사업은 미정복질환극복 난제에 도전하는 국가 임무형 R&D로서 중증 희귀질환의 근본 치료를 목표로 한다.

HEART (Hope for Every child through Advanced Rare disease Therapies) 프로젝트는 치료제가 없는 치명적 소아희귀질환에 대해 RNA 기반(ASO, mRNA, 유전자편집 등) 플랫폼 치료제를 개발하고, 국내 최초의 환자맞춤형 N-of-1 임상시험을 통해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단 한 명의 희귀환자에서 시작하지만, 플랫폼 기술 기반이므로 향후 유사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

*N-of-1 임상시험은 단일 환자에게 반복적으로 처치와 비교처치를 교차적용해 치료효과를 평가하는 환자맞춤형 임상으로 미국 FDA는 희귀질환 대상으로 20여 건을 승인한 바 있다.

BEACON (Bridging Excellence in Advanced Cures for Orphan Needs)은 유전성 안질환으로 인한 실명을 예방하기 위한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 개발 과제다. 수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수입치료제 ‘럭스터나’는 RPE65 유전자 변이에만 한정돼 국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기회는 제한적이다. BEACON은 한국인에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유전변이를 타깃으로 DNA기반 치료제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임상시험부터 상용화 기반까지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향후 유사 돌연변이 질환군으로의 확장이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도 높다.

직접 나선 K-헬스미래추진단, 치명적 소아희귀질환 환자 챙긴다

HEART와 BEACON은 단 한 명의 환자를 위한 치료제 개발에서 출발하지만, 이는 향후 다수의 희귀질환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혁신치료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그간 우리는 기술은 갖췄지만, 임상과 규제의 벽을 넘어 환자에게까지 도달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이번 과제는 희귀질환의 특성에 맞추어 연구부터 임상, 사업화까지 전 주기 마일스톤을 관리하며 실질적인 치료 기회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희귀질환 분야에서는 치료제 유무가 곧 생사와 직결된다.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단순한 R&D 지원을 넘어 생명존중 철학이 담긴 국가 시스템 개편의 출발점이다. N-of-1 접근은 바로 그러한 변화의 상징이다.

본 프로젝트에 참여할 국내 우수한 연구자들은 기술력뿐 아니라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연대의식을 함께 가져야 한다. HEART와 BEACON이 단순한 연구개발 과제를 넘어, 환자와 가족에게 실질적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과학기술, 제도, 정책, 산업, 시민사회가 하나의 생명을 중심으로 연결되어야만, 우리는 희귀질환이라는 난제를 극복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이 등대의 불빛을 함께 밝혀야 할 때다.

박미선 K-헬스미래추진단 프로젝트 매니저

h99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