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항암제로 반려견 표적 치료…韓 임상연구에 국제 학계 주목
김도윤 본동물의료센터 수의사, 美 ACVIM서 발표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국내 수의사가 진행한 반려견 유선종양 표적 치료 연구가 세계 최대 수의내과 학술 포럼에서 소개돼 주목받았다. 특히 사람과 동일한 HER2 표적 항암제를 적용한 세계 최초의 임상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6일 본동물의료센터에 따르면, 김도윤 내과 과장이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열린 '2025 미국수의내과학회(ACVIM) 포럼'의 연구 세션에 정식 초청받아 강연을 진행했다.
ACVIM은 수의 내과 전문의 교육과 인증을 통해 수의학 발전에 기여하는 세계 최대 수의학 전문기관이다. 심장학·종양학·영양학·소동물·대동물 내과 등 다양한 분야의 국제 인증을 담당하고 있다.
김 과장은 이번 포럼의 종양 세션에서 개의 전이성 유선종양을 대상으로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2(HER2)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를 표적으로 한 항암제 '라파티닙'을 적용한 최신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국내 3개 동물병원이 참여한 소규모 다기관 임상이다. HER2 수용체 발현 평가를 두 종류의 항체로 이중 검증한 점이 특징이다.
병리 검사는 미국의 아이덱스(IDEXX)와 한국 그린벳(GreenVet)이 각각 수행했다. 총 10마리의 전이성 유선종양 환견이 연구에 포함됐다. 이 중 HER2 양성 3마리, HER2 음성 3마리, 염증성 유선암 4마리였다. 조직학적으로는 9마리가 고등급, 1마리가 중등급이었고, 전이 부위는 폐(7마리), 림프샘(3마리)로 확인됐다.
생존기간 분석에서는 HER2 양성군의 중앙 생존기간이 227일로, HER2 음성군(139일)과 염증성 유선암 그룹(32일)보다 길게 나타났다. 특히 HER2 양성군 중 2마리는 연구 종료 시점까지 생존 중이며, 이 중 1마리는 완전 완화(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에 도달했다.
모든 환견이 고위험 전이 상태였음에도 라파티닙 투여로 인한 부작용은 대부분 경미했고 항암치료 중단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김 과장은 이번 연구가 "개의 전이성 유선종양에 HER2와 EGFR을 동시에 표적한 라파티닙 적용의 세계 최초 임상 결과"임을 강조하며, 강연 직후 현지 수의 종양 전문의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ACVIM 공식 학술지 JVIM에도 투고를 할 예정이다. 더불어 강연에서는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HER2 표적 치료제 연구의 중간 결과도 일부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본동물의료센터 관계자는 "이번 포럼을 통해 한국 수의 내과 분야의 전문성과 연구 역량을 세계적으로 입증했다"며 "이번 연구는 반려동물 종양 치료에서 표적 치료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수의 종양학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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