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덕에 암 생존자 심혈관질환 위험↓…초미세먼지 노출 감소"

신현영 "사회적 환경 변화, 암 생존자 건강에 영향 미쳐"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혁종 서울대학교 의생명과학과 연구원, 박상민 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왼쪽부터)/(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암 생존자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커지지만, 코로나19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된 기간은 이런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마스크 착용과 외출 자제 등으로 대기오염에 덜 노출됐다는 이유에서다.

13일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혁종 서울대 의생명과학과 연구원 연구팀은 암 환자 3만 9581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09~2018년 암을 진단받고 3년 이상 생존한 이들을 대상으로, 2015년 이후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을 새로 진단받은 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질환 위험은 3% 상승했다. 특히 초미세먼지 노출 정도에 따라 심근경색 10%, 허혈성 뇌졸중 11%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시행된 2020년 3월 이후 기간에는 초미세먼지 노출과 심혈관질환 사이의 유의미한 통계적 상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차이가 마스크 착용, 외출 자제, 재택근무 등의 생활 변화로 인해 대기오염 노출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팬데믹 당시 공장 가동률과 교통량 감소 등으로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 자체가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이번 연구는 초미세먼지가 암 생존자에게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밝힌 국내 최초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감염병 유행처럼 사회 환경이 변화할 때 면역 취약계층의 외부 유해물질 노출 저감이 건강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현영 교수는 "감염병 유행 같은 사회적 환경 변화가 암 생존자의 외부 유해물질 노출과 건강 영향을 줄여줄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대기오염연구'(Atmospheric Pollution Research) 최신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