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중심 시대 끝났다"…신현영, 초고령사회 해법 '통합돌봄'
서울성모병원 연구진, 3차 병원 역할 재정의 나서
"재택의료-병원-복지 연계한 '의료 네트워크' 구축 제안"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65세 이상 인구가 20.3%를 넘어서며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병원 중심의 치료 시스템에서 지역사회 기반 통합돌봄 체계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은 3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해 고령화 의료의 대안을 제시했다.
5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다학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통합돌봄법' 시행에 대비한 3차 병원의 역할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는 병원·지역사회·가정 간 환자 이동의 연속성을 강화하고, '익숙한 곳에서의 노화'(aging in place) 개념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중점을 뒀다.
TF는 가정의학과, 정신의학과, 간호학과, 건강경영학과, 가정간호센터, 인문사회 교수진과 의료사제, 수녀 등 8인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제정된 통합돌봄법(2024년 3월, 2026년 시행 예정)을 분석하고, 재택간호센터 구축, 전환기 치료 체계,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전문 인력 양성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중증·급성기 환자 중심이었던 3차 병원이 이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허브'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입원→재활→재택→지역 복귀로 이어지는 연속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면 입원일수 단축과 삶의 질 개선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연구진은 퇴원 전 전환기 돌봄 계획 수립, 방사선 시술 등 재택기반 치료 프로토콜 정비, 병원-1차의료-복지기관 간 연계 강화를 통해 '환자 중심'의 돌봄 연속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가정의학과는 중심 조정자 역할을 맡는다.
또한 3차 병원 내 재택의료센터를 설치해 말기암, ALS, 파킨슨병, 치매, 수술 후 회복기, 독거노인 등 고위험군 환자를 위한 맞춤형 재택 치료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말기 환자의 재택 임종을 위해 사망진단서 발급 절차 개선, 호스피스 연계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부, 지자체, 의료기관, 종교단체가 협력하는 정책연구소 설립 방안도 담겼다. 이 기관은 통합돌봄 실증사업 평가, 질병군 분류, 지역 계획 수립, 전문인력 양성, 디지털 헬스 연계 등 실질적 제도 설계와 실행을 맡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고령사회에서 병원이 단순한 치료 공간을 넘어 돌봄과 복지를 아우르는 중심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3차 병원이 지역과 연계된 통합돌봄 주체로 전환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국내 단일 의료기관 내 다학제 TF가 정부 정책 변화에 대응해 의료·복지·영성까지 아우른 전략을 마련한 첫 사례로서, 향후 통합돌봄 정책 설계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신현영 교수는 "한국의 고령화 의료 시스템이 중대한 전환점에 있으며, 선진적 의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접근과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정책 논의와 전문 역량 강화, 환자 중심 통합돌봄 프로그램 시행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3차 의료기관도 재택의료와 지역 연계 시스템을 수용해 미래 의료에 대비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보건의료'(Healthcare) 5월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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