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그만!"…카페천국 제주서 시작된 '다회용 컵' 도전

[제주, 플라스틱을 벗자] ③일회용 컵 사용 억제 정책

[편집자주] 오늘날 플라스틱은 인류의 축복이자 재앙이다. 한 번 쓰고 버리는 편리함을 무기로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지만 자연 분해되는 데에만 450년이 넘게 걸리고 이 과정에서 땅과 바다에 온갖 환경 문제를 유발하는 탓이다. 제주 역시 섬 지역 특성상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제주의 플라스틱 실태를 살펴보고, 탈(脫)플라스틱 사회로 가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과 가능성을 짚어 본다.

한경애 환경부 장관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송호범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등이 지난해 6월2일 오후 스타벅스 제주서해안로 DT점에서 열린 '1회용 컵 없는 청정 제주 조성'을 위한 시범사업 업무 협약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2021.6.2/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는 그야말로 '카페천국'이다.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통계를 보면 지난 4월 기준 제주 커피음료점 수는 총 1961곳으로 편의점 수(1283곳)와 슈퍼마켓 수(396곳)를 합친 것 보다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시(621곳)에 이어 가장 적은 숫자지만 점포당 인구 수 345명(평균 643명), 점포당 가구 수 137가구(평균 267가구) 등 제주의 경우 전국에서 커피음료점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율 역시 전국 1위다. 지난해 같은 달(1592곳)과 비교하면 23.1%, 5년 전인 2017년 12월(784곳)과 비교하면 무려 150.1%로 두 배 넘게 점포 수가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연간 1200만명의 국내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는 제주에서 비교적 운영이 쉬운 커피음료점 창업이 잇따르는 분위기다.

사실상 제주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폐기물이 과도하게 배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제주에서 다회용 컵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 '푸른컵'에 따르면 해마다 관광객들이 제주에 버리고 가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수만 6300만개로 추산될 정도다.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한 건 제주도가 '2030 쓰레기 걱정 없는 제주' 비전을 선포한 지난해 6월부터다.

제주 관광객들이 제주국제공항에 설치된 무인 반납기에 다 쓴 다회용 컵을 반납하고 있다.(SK텔레콤 제공) 2021.7.6/뉴스1

당시 제주도는 2030년까지 △폐기물 직매립 제로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30% 감축 △재활용률 90% 향상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한 10대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커피음료점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억제 정책'이었다.

초반 이 정책에는 환경부와 한국공항공사, 스타벅스, SK텔레콤, CJ대한통운, 사회적기업 행복커넥트, 친환경 스타트업 오이스터에이블이 함께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먼저 스타벅스에서 테이크아웃 음료를 주문할 때 보증금 1000원을 내면 다회용 컵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다 쓴 다회용 컵은 스타벅스, 제주국제공항, SK렌터카에 설치된 무인 반납기에 넣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동시에 회수한 다회용 컵은 세척장에서 소독, 고압 세척, 살균 건조 작업을 거친 뒤 다시 스타벅스 매장에 공급해 재활용하고, 세척장 운영 수익은 제주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순환 시스템도 마련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제주에서는 스타벅스의 모든 매장과 제주도청, 제주시청, 제주대학교 등 모두 29곳에서 무인 반납기 32대가 운영 중이고, 그 결과 약 270만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절약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 2월에는 전국에 50여 개의 매장을 둔 제주 토종 커피음료점 브랜드 '에이바우트'가 일부 매장에 해당 시스템을 도입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서울시와 인천시 등 다른 지역의 벤치마킹도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는 해당 정책이 결실을 맺으며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안착화에 주력하는 한편, 공공기관·관광분야 플라스틱 줄이기, 생분해성 영농 멀칭 비닐 사용 전환 등 기타 탈(脫)플라스틱 정책에도 계속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mro1225@news1.kr

많이 본 뉴스

  1. 판사출신 변호사 "민희진 배임? 방시혁은 에스파 폭행사주냐"
  2. "서주원·내연녀 성적 행위했더라도"…아옳이, 상간녀에 졌다
  3. 임주리 "유부남에 속아서 아이 임신…하루 수입 1800만원"
  4. "국이 국이 조국입니다"…개그맨 패러디에 조국 '뜻밖 한마디'
  5. 이혼 서유리 "전 남편 최병길, 살 많이 쪄 보기 힘들었다"
  6. 마이크 내려놓은 '가황' 나훈아의 라스트 "정말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