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우크라 전쟁은 푸틴의 오판… 러, 강대국 지위 잃을 수도"

왜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이란 무리수를 뒀을까

[편집자주]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스1
2022년 2월24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끝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표면적으로 현 사태의 원인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확장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이유가 하등 없었다. 이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 자극을 우려한 독일과 프랑스의 반대로 가능성이 전무했다.

게다가 유럽 주요국들은 푸틴과의 공존을 택한 상태였다. 특히 독일은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우려한 미국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개통을 강행했었다.

지금까지 국제사회는 나토도 유럽연합(EU)에도 속해 있지 않은 '외톨이' 약소국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란 강대국의 위협에서 보호할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일부 국제 석학들은 "중국 견제를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고 러시아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사실상 인정하는 대신 '주권국가에 대한 침공만은 안 된다'는 점을 푸틴에게 분명히 했다. 역설적이지만 러시아의 영향력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음으로써 극대화됐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침공을 강행한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민족주의에 전도된 푸틴의 전략적 사고다. 이런 시각은 지난달 21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진입에 앞서 방송한 '선전포고' 성격의 연설에서 잘 드러났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일부였으며 "그들은 우릴 하나로 묶는 모든 것을 거부하며 국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크름(크림)반도 합병 이후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향권 이탈이 2019년 친서방 성향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당선과 2021년 반러 성향의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가속되는 걸 푸틴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러시아의 침탈과 국제규범 위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대응이었다. 푸틴이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해 남부 오세티아 공화국을 세웠을 때 국제사회는 반응하지 않았다. 2014년 러시아가 기습적으로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합병했을 때도 미국과 EU는 제한적 제재만 가했을 뿐이다.

이듬해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무고한 시민들을 살상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했을 때도 국제사회는 내심 '러시아의 개입이 지역 안정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6년 러시아가 사이버전으로 미 대선에 개입했음에도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은 보복은커녕 푸틴을 칭찬하기에 바빴다.

서방 측의 핵심규범인 민주주의와 인권이 러시아의 군사력과 에너지 자원 앞에서 아무런 '레드라인'(한계선)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걸 여러 차례 똑똑히 본 푸틴은 이번 침공 또한 결국 시간이 지나면 '묵인'될 것으로 내심 기대했을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국민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위협 앞에 순순히 굴복했다면 푸틴의 예상대로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해 전례 없이 포괄적이자 강력한 제재를 가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도리어 예전과 같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러시아와 공존을 모색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었을 게 분명하다.

이번 전쟁은 푸틴의 오판으로 발발했고, 러시아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강대국의 위치에서 추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전례 없이 강력한 연대로 푸틴을 압박하고 있다고 자찬해선 안 된다.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푸틴의 도발에 대해 무한에 가까운 인내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푸틴의 가장 큰 오판은 국제사회의 대응을 예상 못 한 것이 아니라 애국심과 자유의지로 똘똘 뭉친 우크라이나를 얕본 것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약력>
△現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現 독일 뭔헨안보회의 아고라 전략연구소 객원 펠로우 △現 한국세계지역학회 국제이사 △컬럼비아대 경제-수학 학사 △컬럼비아대 통계학 석사 △파디랜드 대학원 정책분석학 박사 △UCLA 신경심리학 연구소 박사 후 연구원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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